박봉주 총리. 자료사진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숙청 이후 박봉주 내각총리가 부상하면서 북한의 대내·외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쏠린다.
박봉주 내각의 경제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장성택의 공백으로 인해 해외투자유자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최소한 장성택으로 공백에 따른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봉주 총리는 김정일 2주기 사망 추모대회 주석단에 새로 등장함으로써, 김정은 시대 경제사령탑을 이끌어갈 대표주자임을 알렸다.
◈박봉주 내각 경제정책 탄력 붙을 것 박봉주는 2003년 내각총리에 임명된 이후 2007년 해임됐다가 올해 4월부터 다시 내각총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2004년 가족영농제, 기업경영자율화, 노동행정체계 개혁조치를 단행했고, 경제관리구조는 물론 상품유통관리, 가격관리, 금융구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시장경제 도입을 시도했던 개혁성향의 엘리트이다.
이런 개혁 성향의 박봉주 총리가 최근 북한의 내각책임제 강화 방침에 힘입어 경제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성택은 당이 제시한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원칙을 위반하면서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그간에 행정부가 침해했던 내각의 권한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장성택이 추진했던 외자유치 업무가 내각과 중첩돼 개혁·개방에 의욕적이었던 박봉주의 업무 추진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외자유치 등 내각관련 업무 상당수가 내각으로 이전되면서 박봉주 내각의 경제정책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도 "내각책임제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에
당과 군이 운영하던 무역회사를 내각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내부경제 개혁조치를 순조롭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개방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공백이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창현 교수는 "북한의 대외개방과 특구정책은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주도로 이뤄졌는데,
장성택은 이미 올해 들어서 경제정책에서 배제돼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적인 대외 경제특구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성택의 공백, 대외경제에 일시적 타격 줄 것
김정은 제1비서와 부인 리설주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이와는 달리 장성택의 공백이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봉주 내각이 경제개선조치와 대외개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장성택의 영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군 해외이권사업 내각으로 이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중시정책은 그대로 갈 것으로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 진행과정에서 장성택의 공백으로 인해 속도조절이 되고,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 연구위원은 "장성택이 기존에 운영해왔던 경제관련 조직이나 인원에 대해 재정비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그 후에 경제정책을 본격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투자 유치는 제도보다는 인물을 보고 판단한다. 장성택의 영향력을 믿고 진행되었던 북중 무역이나 중국의 대북투자는 장성택 공백으로 움츠러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내년 1~2월까지는 대북투자에 눈치를 볼 것이고, 3~4월중에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