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의 겨울나기는 체력과 건강을 얼마나 유지하는 가이다. 프로처럼 스윙 점검이나 교정이 아닌 체력훈련이 훨씬 효과적인 원 포인트 레슨이다. 그래서 화이트 칼라들은 골프를 '운동'이라고 한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프로골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즉 투어프로들은 요즘부터 1개월 여 기간이 휴식기다. 시즌을 마감하고 내년 시즌을 기다리는 시기다. 그렇다고 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기간 동안 스윙을 점검하거나 교정한다. 프로와 일반 골퍼의 다른 점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골프마니아들도 프로처럼 겨울철을 자신의 스윙 교정기간으로 여긴다. 일반 골퍼들의 이런 마인드를 "틀렸다!"고 싸잡아 매도하자는 건 아니고, 단지 올바른 개념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골프레슨분야에서도 권위자인 우승섭씨가 20여년전 들려준 충고는 아직도 강하게 필자의 뇌리에 박혀있다. "겨울철에 시즌이 끝났다고 프로들처럼 스윙 교정에 몰두하는 것은 사치다. 그 돈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우선이다."
우승섭씨는 매년 12월이 되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한다. 검진결과표를 보관해뒀다가 매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체지방ㆍ혈압ㆍ간수치ㆍ혈당 등이 비록 정상이라도 자신의 미세한 수치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본다. 다음에 그에 걸맞게 헬스나 조깅 등으로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40대 이후는 당연하고, 30대라도 전형적인 화이트 칼라로서 연중 접대 골프든 친선 라운드든 꾸준히 필드나 인도어를 접한 골퍼들이 겨울철을 보내면서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하체가 약해질 것이다' '스윙아크가 작아질 것이다' '스코어가 나빠질 것이다' 등이다.
사실 이 현상은 주말골퍼들의 연중 사이클이다. 봄철 시즌 오픈되면 스윙이 엉망이 되면서 스코어가 들쭉날쭉하다가 여름철엔 안정기에 접어들고, 가을철엔 최고수준의 스코어를 내다가 시즌을 마쳐버린다. 비즈니스 골프가 원래 그렇다.
이런 엄연한 사이클에서 주말골프, 화이트 칼라 골프, 비즈니스 골프가 그나마 잘 유지될 수 있는 공통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과 체력이다. 요즘엔 첨단 과학 시스템이 도입된 훈련을 하지만, 1980년대 초까지만해도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장인 태릉선수촌에서의 겨울철 훈련은 온통 체력훈련이었다. '겨울철 훈련에서 단련된 근육은 이듬해 가을까지 간다'는 게 당시 개념이었다. 일리가 있다.
반면 화이트 칼라들의 겨울나기는 두툼한 점퍼에 움직이는 것은 삼가고, 연말연시의 연장으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겨울을 보낸다. 아무래도 운동시간은 크게 짧아진다. 하체는 약해지고, 비곗살도 두툼해진다. 대개는 추위가 풀릴 때쯤에 가서야 운동을 시작한다. 과거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선수들처럼 겨울철에 적어도 뱃살이 더 늘어나지 않을 정도의 근육을 유지만 한다면 화이트 칼라의 겨울나기 골프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다가는 (프로들처럼) 스윙교정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과욕이다. 프로들의 스윙도 점검수준이라면 다행이지만, 교정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는 최소 6개월, 심지어는 3년 이상이 걸리고, 자칫 슬럼프까지 이어진다. 반면 주말골퍼들은 시즌 중에 아무 때나, 프로암대회 경우 프로들에게서 즉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거나, 동반자에게서도 라운드 도중 스윙 교정을 받는다.
한 가지 스타일로 수만번씩 반복 연습을 한 상태가 아니어서 주말골퍼들의 교정은 언제 어느 때나 수시로 스윙을 바꿀 자세가 돼있다. 프로 골퍼가 목표가 아닌 바에는 사실 이런 모습이 크게 나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