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사진 = 엠넷미디어 제공)
'효리짱'으로 불려온 인기가수 이효리(35).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로 찬사를 받고 있는 그녀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이효리가 지난 18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돕는 아름다운재단의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효리는 1인 모금액인 4만 7000원과 함께 "추위와 폭설로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은 요즘 다들 안녕하신지요"라며 안부를 묻고는 "한 주부가 10만 명이 모금하면 47억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사연을 보고 1인 4만 7000원 모금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몇 년간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며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는 없길 바란다"고 썼다.
이효리의 자필 편지와 4만7천원 (사진 = 아름다운재단 제공)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법원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모든 재산이 압류 당하고 가족이 해체되게 생긴 노동자들의 생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 프로그램이다.
이효리의 참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효리 '노란봉투 캠페인' 참여 멋지다", "나도 캠페인 참여해야지", "이 캠페인이 잘 되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 됐으면", "이상순도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효리는 지난 2012년 4월 2일에도 쌍용차 해고 노동자 후원 바자회인 '리멤버뎀'에 물품을 지원하는 등 이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효리의 기부와 동참은 비단 해고 노동자뿐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이어졌다. 일제 성폭력 피해 여성 지원 기금인 '나비기금'에 1억 원을 쾌척한 1호 기부자이기도 하다.
이효리는 "기부자가 되어달라는 부탁에 부담되고 생색내는 것 같아 망설였다"면서도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선량한 세간의 필부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하기에, 평범하기도 혹은 비범하기도 한 이효리의 선행과 발언은 더욱 공감대를 넓혀가는 듯하다.
이효리는 빈곤층 독거노인에게도 이른바 '효리기금'으로 알려진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고, 자살 방지 캠페인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또 동물 애호가이기도 하다. 현재 개 3마리,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렇다고 여느 사람들처럼 값비싼 혈통의 명견, 명묘만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가수 이효리(오른쪽)와 유기견 순심이 (사진출처 = 이효리 트위터)
동물 보호소에서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한 이후로, 단순한 반려견 사랑을 넘어 동물에 대한 애정 자체가 남다르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행사와 선행에도 꾸준히 참여해 '실천하는 스타'의 면모를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수원시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 살면서 폐지 수집으로 유기견들을 돌봐온 할 할머니의 단칸방 마련을 위해 500만 원을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유기견을 키우는 아저씨에게도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지난 2011년엔 독거노인 겨울 난방비 지원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했고, 직접 달동네를 찾아 연탄과 쌀 등 생필품을 나르기도 했다.
이효리의 '따뜻한 관심'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2007년엔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를 찾아 현지 어린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등 해외 봉사에도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사실 그녀는 눈부신 외모와는 달리, 소탈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틈만 나면 재산 분쟁에 휘말리는 다른 스타들과는 일단 다르다.
집을 남편 이상순 씨 명의로 바꾼다든지, 분식집을 운영하는 시부모들을 찾아갔다가 손님들이 먹다 남긴 김밥을 먹겠다고 한다든지 색다른 일화가 끝이 없다.
그의 솔직한 입담과 거침없는 행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면목을 드러냈다.
방송사들의 ‘해피투게더’와 ‘패밀리가 떴다’ 등의 프로에서 보여준 효리 씨의 담백함과 통솔력은 그의 예능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효리의 또 다른 발견이었다.
2009년에는 유재석과 함께 sbs 연예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 한 방송사의 연예대상 프로에 출연해 그의 노래를 부른 이후 수상을 노리고 있던 유재석 씨 등을 대상으로 유머감을 한껏 표출하기도 했다.
매니저와의 의리를 저버리기 어려워 2,30억원의 스카웃 비용 제안을 뿌리치고 데뷔 때의 메니저(길종화)의 연예기획사에 합류했다.
이효리가 본격적인 기부와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때는 2011년 때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밝고 유쾌함을 주는 그녀지만, 물론 시련이 없던 게 아니다. 충북 청원 태생으로 어릴 때부터 넉넉하지 못했던 그녀에 대해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게 매니저 길종화 씨의 설명이다.
시사평론가 김성한 씨는 "이효리 씨의 선행을 보노라면 이벤트성 기부를 즐기는 일부 연예인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겸손하게 실천한다"고 평가한다. "일종의 시민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셜테이너'로서 활동하면서 우익 세력들은 그녀를 '좌빨'이나 '종북'으로 매도하기도 해왔다. 선행이 매도당할 때 느낄 기분이란, 선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유하기 힘들 것이다.
가수 이효리(사진 = 엠넷미디어 제공)
이효리는 또 표절 시비에 휘말려, 은둔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채식 선언을 한 뒤에는 일부 축산 관계자들의 빗발치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모피를 입지 않겠다고 했다가 가죽옷을 입은 일도 논란에 휘말렸다.
매니저 길 씨는 "이효리는 대범한 것 같으면서도 댓글 등을 본 뒤 마음 아파하며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해도, 굳이 보고서 울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린 가슴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따뜻하고 솔직하지만, 그만큼 상처도 쉽게 받는 경향이 크다. 그럼에도 굳이 댓글을 보는 마음에는 공감대를 늘려가고 싶은 소망이 깔려있을 것이다.
이효리는 최근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와의 인터뷰에서 "공인이기 이전에 나도 국민의 일원"이라며 "약자 입장에 서서 그들의 입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공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당당하다 못해, 자신의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언급에서는 당차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효리의 20대가 빼어난 미모와 멋진 몸매에 화려한 화장과 세련된 옷을 덧댄 춤과 노래로 팬들과 男心(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한국 가요계에서 풍미한 시기였다면, 그의 30대는 지적인 성찰과 사회성까지 곁들여 성숙해지는 진화의 시기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RELNEWS:right} 한국을 대표하는 섹시 스타가 한 남자의 아내로, 핑클의 이효리에서 솔로 가수 이효리로, 예능의 귀재로, 기부 천사로, 소외층이나 사회적 약자들과의 공감의 연예인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30대 중반의 이효리. 아름다운 삶으로 진화하는 이효리라고나 할까?
비단 10대들뿐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고, 또 그 영향을 받는다. 전지현이 한 드라마에서 입은 의상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효리의 남다른 행보를 더욱 주시할 수밖에 없다.
"Just One 10 Minute". 그녀의 히트곡 가사처럼, 인생의 방향과 내 주변을 바꿔나가는 데는 딱 10분, 딱 4만 7000원이면 충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