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냉전'이 눈앞에 닥쳤다. (우크라이나) 크림에서 전쟁이 없더라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3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 소장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와 향후 국제정치 상황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트레닌 소장은 "크림 위기로 러시아가 미국, 유럽연합(EU)과 새로운 동유럽에서 공개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과 서방이 대립했던 냉전에 이은 '제2차 냉전'으로 표현했다.
르피가로는 2008년 서방이 러시아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군사 공격을 막는 데 실패한 사례를 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에서는 상황이 다를 것인지 자문했다.{RELNEWS:right}
러시아는 지난 2008년 8월 당시 그루지야의 자치공화국이던 친(親)러시아계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분리주의 움직임을 보이고 조지아 중앙정부가 무력 진압에 나서자 두 공화국 내 자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조지아를 무력으로 공격해 승리했다.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가 조지아 사례처럼 크림 반도에서 군사 개입하는 것을 막고자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자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EU 외무장관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책을 모색한다.
또 전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대사회의에서는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이 러시아에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크림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1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 안보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 는 점에서 서방의 군사 개입이 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G8 정상회의 보이콧 같은 위협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
푸틴 대통령이 최소한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만이라도 러시아 세력권에 두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또 서방국의 뒤늦은 대응도 이런 상황을 뒤집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푸틴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이번 군사 개입처럼 먼저 움직이고 유럽은 이런 '기정사실' 앞에서 대응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