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이란과 시리아 등에 대한 미국의 중동정책으로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의 회복을 시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 마지막 순방국인 이탈리아를 떠나 전용기 편으로 오후 늦게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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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5년 만이자 재선 이후 처음인 이번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사우디 측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노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리야드에서 동북쪽으로 60㎞ 떨어진 국왕의 호화 별장 라우다트 쿠라임 농장에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2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관련,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은 이란과의 "나쁜 거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이란의 역내 불안정 행위를 매우 면밀히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따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미국 당국이 시리아 반군에 휴대용 방공시스템(MANPADS)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는 군사·안보·자원·경제 등의 분야에서 70년간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역내 최고의 맹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시리아 정책과 이란과의 화해 움직임, 이집트 지원 중단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 조치로 나온 시리아 공습안을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자 사우디는 분노했다.
지난해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우호 분위기 역시 사우디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고 시리아 정권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둘의 견해 차이는 지난해 7월 이집트의 군부 쿠데타 때도 나타났다. 미국은 쿠데타 제재 차원에서 사우디가 옹호하는 이집트 군부 정권에 대한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거부한 것도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방문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동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사우디와의 근본적인 갈등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로서도 대미 의존 외교에서 벗어나 관계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왕세제는 이달 초 '관계 강화'를 위해 중국, 파키스탄, 일본, 인도 등을 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사우디)양국은 사안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면서도 "양국이 매우 중요하고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미국 국무부가 선정한 '용기있는 여성' 10인 중 한 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활동가 마하 알 무니프를 만난다. 무니프는 매우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에서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중단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을 끝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과 중동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29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