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와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의 교신 조작 의혹을 일축했지만, 관제 전문가와 VTS 시스템 전문가들은 교신 녹취에 유난히 '잡음'이 많은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해명에도 당시 교신 녹취를 둘러싼 논란은 줄지 않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지난 20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사고 당일인 16일 진도 VTS와 세월호의 교신이 이뤄진 오전 9시 6분~9시 37분까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교신 녹음에 따르면, 오전 9시 6분 진도 VTS가 "세월호 여기 진도연안 VTS 귀선 지금 침몰 중입니까?"라고 한 게 첫 교신이다.
이후 세월호는 "해경을 빨리 부탁한다", "배가 기울어서 금방 넘어갈 것 같다",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선원들도 브릿지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진도 VTS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교신 내용을 들어보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잡음이 심하고 중간 중간 몇 초간의 공백도 있다.
이때문에 교신 내용 조작 의혹이 일자, 정부는 28일 해명자료를 통해 "편집은 했으나 조작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특히 "VTS 교신 녹음파일은 여러 채널이 섞여 있어 소음이 심하다"면서 "진도 녹음파일 안에 타 선박 위치정보, 선명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선박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VTS센터에선 VHF(초단파무선통신)를 통해 관제를 하며, VHF를 통한 교신 음질은 상당히 깨끗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제 통신 전문가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VHF 음질은 다른 통신 등에 비해 상당히 깨끗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VTS센터의 한 관제사는 "이 정도의 잡음이면 교신이 들리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관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 정도라면 사전에 장비를 점검했어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제사는 "그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은 관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옛날 아마추어 무선국도 아니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또 여러 채널이 섞여 있어 소음이 심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관제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VTS센터 시스템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VTS센터에선 지정된 채널을 통해서 교신을 하는데, 진도 VTS센터의 경우 67번 채널을 통해 교신을 한다.
이때 관제센터는 자기 관내에 들어온 선박과의 교신을 위해 선박에 순서를 부여한다. 이후 관제센터에서 선장을 호출해 "A선박 말씀하세요"라고 하고, A선박과 교신을 할 때 A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은 대기를 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주로 동시에 여러 대의 선박이 VTS센터와 동시에 교신해 혼선을 빚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선이 들어오더라도 관제센터의 원래 주파수가 크게 들리고 비상 주파수가 작게 들릴 뿐, 이렇게 잡음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RELNEWS:right}
특히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사고 당일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의 교신 녹취 전체를 모두 들어보니, 세 시간 분량 모든 구간에서 이런 잡음이 확인됐다.
한 선박 관제 전문가는 "혼선을 빚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관제를 못한 것을 법적으로 면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며 "주변에 다른 선박들로 인해 중요 선박을 관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