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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카다피 제공권' 박탈…신속 이행이 관건

    유엔 안보리, 이틀간 줄다리기 끝 '군사개입' 결의

     

    17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는 사실상 무아마르 카다피 군대의 제공권을 박탈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리비아 내전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관계자는 결의 통과 직후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전세계의 이목이 리비아에서 일본으로 옮겨간 시점에 카다피군의 반격으로 반군이 극도의 수세에 몰려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결의로 카다피군의 제공권을 뺏으면 전세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결의 핵심

    유엔 관계자는 "이번 결의에서 안보리가 무력 사용을 규정하는 헌장 7장을 인용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는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상공에서의 모든 비행을 금지한다"고 규정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에 카다피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민간인과 민간인 밀집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헌장 7장에 의거해 무력 사용을 승인한 것이다.

    비행금지 구역이 설정되면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 항공기를 제외한 어떤 비행기도 해당 상공을 통과할 수 없게 되며, 이를 어기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인근 국가 등 유엔이 지정한 군대가 이를 격추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민간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규정한 이번 결의는 향후사태가 악화했을 때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관계자는 "지난 이틀간의 안보리 논의과정에서 지상군 투입과 관련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이는 사실상 배제됐다"고 말했다.

    다만 비행금지구역 작전 이행을 위한 군사력 사용의 한계를 어디까지 둘 것이냐는 향후 논란거리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 중·러·독 등 기권

    "기권도 협의의 산물이다."

    유엔 관계자는 이틀간의 비공개 협의 끝에 이번 결의가 통과된 후 중국 등의 기권을 반대가 아닌 찬성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국의 실리 또는 국내 정치의 영향 등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 독일 등 5개 국가가 기권했으나 이는 찬성에 필요한 9표를 획득하는 데 지장이 없는 선에서 절충을 한 것이라는 게 유엔 내부의 분석이다.

    당초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신속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촉구한 아랍연맹의 압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일 정부는 안보리 결의 통과 후 성명에서 "카다피군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심각한 위험성을 갖고 있다"면서 "독일은 리비아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행금지구역 왜 급물살?

    리비아 내전 발발 직후부터 지난 2주일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지난 15일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미국이 16일 입장을 변경하면서 안보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리비아 내전 초기만 해도 미국은 카다피가 실권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안이한 태도를 보여왔다.

    더욱이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국이 중동에서 또 하나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버락 오바마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카다피군이 전세를 장악하고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마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미국은 결정을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더 늦어질 경우 민간인의 희생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반군도 전멸당하고, 중동 다른 지역의 민주화 운동 동력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보스니아 내전 때도 미국은 시간을 끌다가 결국 뒤늦게 유엔 안보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를 주도하고 나섰지만 이미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끝난 뒤여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 "결의 실효성 있나"

    "문제는 시간이다."

    카다피군이 반군 거점 벵가지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택된 안보리 결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곧바로 카다피군의 폭격기에 대한 공격이 취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간이 지체되면 카다피가 반군을 모두 제압한 상태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결의 채택 후 영국과 프랑스가 즉각적 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하고 존 매케인, 존 케리,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 등 미국 정계의 중진인사들이 '지체해서는 안된다"며 미국 정부에 즉각 작전 돌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를 리비아 쪽으로 이동시키고 해병대 강습상륙함도 이동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안보리 결의 통과와 미군의 이동 자체가 리비아 정부군을 동요시키고 카다피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즉각적인 작전 돌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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