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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기업 갑질, 이제 뿌리 뽑아야 한다

칼럼

    [사설] 공기업 갑질, 이제 뿌리 뽑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코레일, 한국가스공사의 불공정행위를 보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공기업의 갑질 행태와 자회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청업체들에게는 종 부리듯 횡포를 부리면서, 자회사나 퇴직자들이 재직하는 회사에는 각종 혜택을 주는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공정위가 이들 4개 공기업에 1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자회사에게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인 특혜 사례이다. 한전은 지난 2008년부터 4년 동안 5개 발전자회사의 정비용역을 수의계약을 통해 한전산업개발에 맡겼고, 같은 기간 동안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는 IT관련 상품을 한전KDN을 통해서만 구매하도록 했다.

    이 뿐이 아니다. 한전과 도로공사는 퇴직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회사나 퇴직자들이 세운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줬다. 낙찰률이 더 높아 경쟁 입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는데도 특혜를 베푼 것이다.

    자회사나 퇴직자들이 세운 회사에는 한없이 관대했지만 하청업체를 상대로는 갑질의 횡포를 일삼았다.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사대금 일부를 회수하거나, 당초 확정된 계약금액보다 돈을 적게 지급했고, 아예 하청업체 직원들을 사무실에 상주시키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맡기기도 했다.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기간에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요구하는가 하면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도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했다.

    공기업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그만큼 거래 규모와 단위가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기업의 갑질 횡포로 인한 피해는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까지 이어지면서 부실과 부정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있는 심각한 문제다.

    자회사나 퇴직자들이 세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도 단순한 특혜 차원이 아니라 경쟁체제를 무너뜨려 건실한 민간 기업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잘못된 관행이다. 재벌기업의 내부거래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의 내부 특혜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기업의 갑질 횡포가 이들 4개 공기업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모든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결코 이런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 잘못된 행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374조 2천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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