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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직장 내 언어폭력, 근절대책 없나?

    폭언 피해 구제 어려워… 대부분 그냥 참거나 퇴사

     

    지난달 대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김모(28) 씨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기듯 회사를 떠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퍼붓는 직장 상사의 폭언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 뒀다 뭐할거냐",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네가 맞먹을 사람 아니니 똑바로 행동해라. 너희 부모님만 욕먹는다" 등 언어 폭력을 일삼는 상사 때문에 김 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회고했다.

    또 상사는 계약직 신분을 꼬투리 잡아 김 씨에게 툭하면 "계약 연장을 안 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김 씨는 심한 모멸감과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체중이 10㎏ 가량 줄고 2달 동안 하혈 증세를 보였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던 김 씨에게 남은 선택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밖엔 없었다.

    김 씨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약직은 설 자리가 없구나 싶었다"며 서러움을 털어놨다.

    최근 논란이 된 '대한항공'과 '서울시향' 사례에서처럼 직장 상사가 지위를 앞세워 부하 직원에게 막말을 퍼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1,00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8%가 직장 상사 등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인 3명 중 1명은 김 씨처럼 직장 내 폭언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3년 직장 내 폭언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선 직장 내 폭언을 개인이 감내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 꼴(65.1%)은 직장 내 폭언에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밝혔다.

    게다가 김 씨와 같은 계약직원은 직장 내에 도움을 구할 길이 없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기 십상이다.

    또 언어폭력의 특성 상 신체 폭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거 확보와 인지가 어려워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언어폭력도 근로기준법 상 '폭행 금지'라는 큰 범주 안에 들어가지만 보상 문제의 경우 개인이 민사 소송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또 언어폭력은 물리적 가시성이 떨어져 피해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직장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는 행위를 힘(power)과 괴롭힘 (harassment)을 합친 '파와하라(power-hara)'로 지칭해 일종의 범죄로 보고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에선 10년 전 부터 직장 내 폭언 관련 공식 상담건수가 연간 수천 건이 넘고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하자 '파와하라'에 대한 지침까지 만들기도 했다.

    직장 폭언이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만 쉽게 근절이 되지 않고 있어 사내 교육을 비롯한 징계 조치 강화 등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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