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논란과 관련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정산 대란으로 민심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성난 민심에 백기투항 했다거나 미완의 대책이라는 비판에도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다.
국정 혼란의 책임은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의 도리도 보이질 않는다.
정부 여당은 21일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연말정산 세금 폭탄 파문을 잠재우고자 오는 5월에 연말 재정산하겠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보완의 핵심은 네 가지로 자녀세액공제 금액을 올리고, 출생과 입양의 세액공제를 신설하며, 독신 근로자 표준공제를 확대할 뿐 아니라 연금보험의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21일 물러설 수 없다며 버티던 최경환 부총리를 설득해 연말정산 환급금 소급 적용이라는 카드를 꺼내도록 했다.
이완구 대표는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 "이러면 선거 못 치른다"며 최경환 부총리를 압박했고,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나도 9백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며 몰아세웠다.
난색을 표하던 최 부총리는 결국 굴복하고 소급 적용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4월 소득세법을 개정할 때 환급액이 늘어날 수 있으나 감면액이 20만원에서 40만원에 그쳐 지난해와 같은 연말정산 환급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서 일단 활활 타오르던 불을 끄고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임시 대책,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특히 의료비와 교육비의 세금 공제를 받았던 중산층 가정의 경우 100만 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어 '감 증세론'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13월의 세금 폭탄이라는 연말정산 파문과 수습에서 보여준 정부·여당은 무능했다는 평가가 여당 내에서 강하게 나온다.
정부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뀔 경우에 대한 연말정산의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 체계 전반을 세액공제로 바꾸는 작업이라 1년여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렸지만, 정부는 그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5백만 명의 샐러리맨들이 연말정산 환급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무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
환급금은 직장인들에게 '공돈'이 생긴 것으로 나만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강한데도 정부의 세법 개정론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논란과 관련 21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정산 대책 긴급당정협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연말정산 환급금은 대개 여행 경비 또는 세뱃돈으로 이용된다.
지난 2013년 예산부수법안을 제출한 기재부 장관은 현오석, 청와대 경제수석은 조원동이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예산부수법안 추진을 주도한 의원은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현 청와대 경제수석)과 나성린 의원이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따라가기만을 한 이들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아주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의 무능은 결국 청와대의 무능으로 연결된다.
특히 연말정산을 놓고 "착시다" → "보완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대책을 세웠다가 납세 거부운동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자 '소급 적용'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냈다.
정부과 새누리당은 이처럼 매일 말을 바꾸며 연말정산뒤집기, 원칙 없는 대응을 했다.
첫 조세 저항 움직임을 일으키고서도 그 누구 한 명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말로만 죄송하다고 할 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야당도 무책임하기는 정부 여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충 반대하는 척하다가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니까 우리는 반대했었다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13월의 세금 폭탄, 연말정산 대란은 정부와 여당, 야당을 비롯한 대한민국 정치권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인 것이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이 증세 없는 복지, 법인세 인상 없는 복지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