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공무원 연금 등 4대 분야의 구조 개혁도 후퇴할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국정 추동력을 상실하면 개혁을 더 이상 추진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고액 소득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백지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청와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9일 “청와대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과 관련해 추진단에서 마련한 여러 모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복지부에서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복지부장관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청와대와의 정책 조율없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을 장기 과제로 미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연말정산 폭탄 논란 등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선으로 추락하자 고액소득자들에게 보험료를 더 거두는 개혁을 밀고 나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박대통령이 현 정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이다.
연말정산 폭탄 논란 속에 45만 명을 의식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을 유보한 박근혜 정부가 과연 4대 부문의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최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방침을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없던 일로 한 것도 맥락이 다르지 않다.
당장 4월로 예정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개혁의 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서 밀리면 다른 국정과제의 추진이 어렵고 언젠가는 해야 하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한다.
노동 금융 교육 등 다른 분야의 개혁도 관계 당사자들의 희생과 동의가 필요한데, 30%대의 지지율로는 관철시키기가 어렵다
박대통령이 보다 과감한 인적쇄신과 전방위적 소통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민설득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시간이 필요다고 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해야 될 정부의 정책추진이 조령모개식으로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일이 자꾸 벌어지면서, 국민 신뢰를 점차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