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소비자원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국민 사기극 중에 하나가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걸린 것이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까지 지낸 한 교수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 사태에서 보여준 무능은 빙산의 일각이고, 이대로라면 제 2의 내츄럴엔도텍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
식약처는 이미 지난 29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 검사에서 두 달 만에 상반된 결과를 내놓으면서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신뢰가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식용으로 허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독성물질로 분류한 이엽우피소에 대해 "위해성이 없다"며 혼란을 가중시키기까지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무능과 책임회피가 이번 사태에만 국한된 게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이 2010년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개별인정원료로 인정받은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 백수오 원료, 외부 전문가는 '보완' 의견 냈지만 식약처가 '인증'식약처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0년 3월 23일 열린 심의위에서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보완'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심의위의 '인정'을 받아야 기능성 원료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심의위가 당시 내츄럴엔도텍 측에 백수오 원료의 무엇을 보완하라고 요구를 했는지, 이후 이 부분이 보완이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한 달이 지난 4월 27일 백수오 원료는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식약처로부터 개별인정원료로 승인받고 내츄럴엔도텍은 바로 다음 달 문제의 '백수오 궁'까지 기능성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보완'이 제대로 됐는지 판단하는 심의위는 따로 열리지 않았다. 이후 식약처 담당 관계자들만의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백수오 원료가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게 된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질적 검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보완하라는 내용이 대단한 게 아니면 '인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따로 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내츄럴엔도텍이 보완 지시를 적절히 이행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클리닉 수준의 병원에서 낸 '설문조사' 가 건강인증 근거 자료당시 심의위에 제출됐던 내츄럴엔도텍의 자료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성 갱년기에 효과가 있다는 인체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The Effect of Herbal Extract (EstroG-100) on Pre-, Peri- and Post-Menopausal Women)은 의사의 진단처방이나 호르몬 분석 대신 설문조사 위주로 백수오 원료의 효능을 증명했다. 독성 실험 등 유해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
심의위는 당시 인체실험을 실시하고 논문을 작성한 병원 측의 공신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알버트 장(Albert chang)과 그가 속한 메디컬그룹(Shady Canyon Medical Group)이 주축이 된 실험에 대해 심의위 관계자는 "그곳이 공인된 기관이라기보다는 동네에 있는 '클리닉' 수준인데, 여기서 나온 검사 결과를 가지고 식약처가 공인 인증을 해주는 게 맞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식약처를 견제할 유일한 외부전문가에 해당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한 게 제도의 현주소다. 심의위원들이 "심의위는 식약처 결정을 위한 들러리"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 견제받지 않는 '전통의 갑' 식약처, '끼리끼리 의식' '식피아' 지적도 인증부터 사후 관리감독까지 건강기능식품 체계에 구멍이 많다 보니 '가짜 백수오' 사태는 필연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