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남도의회 제공/자료사진)
지난 2일 여야 의원들 5명이 국회 정론관에 나란히 등장했다.
여야 의원들이 한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흔치 않지만 유독 최근들어 이런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이들을 끈끈하게 묶은 것은 자칫하면 농어촌 지역구 숫자가 줄어들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여야 의원들 10여명은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의원모임'도 결성했다.
지난 1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동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가 함께 농성하는 것도 낯선 풍경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편차를 2:1로 조정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대로라면 농어촌 지역구 10개 안팎이 될 전망이다.
사실 농어촌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데는 일부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열악한 지역을 대변할 목소리가 줄어들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구가 넓어지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지역의 경우 2개군이 합쳐진 것은 기본이고 4개군이 한 지역구에 속하는 곳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구에 3개 군이 있다고 하면 주말에 계속 지역을 찾아다녀도 군마다 한달에 한달 꼴로 밖에 갈수 없다"며 "또 3곳에 지역사무소를 둘 경우 인건비만 일년에 1억원이 훌쩍 넘게 돼 의원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농어촌을 대표한다는 이들의 '단결된 목소리'에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평소에 얼마나 농어촌을 대변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어촌 이익을 대변할때 지금같은 '결기'를 보여준적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농어촌 대표성'을 부르짖는 것이 결국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수 밖에 없다.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되면 해당 지역구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출마를 포기하거나 새로운 지역구를 찾아야 한다.
농어촌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한중FTA협정 관련 대책 등을 놓고 지금처럼 강한 반발을 한 의원은 없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정부 정책에 끌려 다니면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야가 논의하기로 했던 무역이익공유제를 놓고는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말 "한중FTA로 인한 각 산업별 손익을 산출하기 어렵다"며 반대했지만, 여당 농어촌 의원들은 '꿀먹은 벙어리'였다. 이때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이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을 단독상정한 때다.
무역이익공유제는 FTA 체결로 발생하는 분야의 이익의 일부를 거두어 피해 보는 산업에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농어촌 의석수 문제가 걸리자 여당은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강하게 압력을 넣은 결과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이달 21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무역이익공유제를 논의했다"며 "한중 FTA와 관련해 농어촌 피해 대책 방안으로 당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라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 쇠퇴와 인구 감소를 불러온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여당의원들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RELNEWS:right}
지역 언론을 통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중앙에서 치열하게 이슈화한 의원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수도권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담긴 대책이 나왔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가속화하고 이는 당연히 농어촌 인구감소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손쉽게 경제적 효과를 낼수 있는 수도권규제 완화에 치중했지만 이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없다시피했다"면서 "여당의 농어촌 의원들은 사실상 농어촌 보다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