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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부모, 자녀 방치·학대 가능성 높아

사회 일반

    게임 중독 부모, 자녀 방치·학대 가능성 높아

    중독자들, 직접 벗어나지 않아…정부 지원 절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1. 40대인 A씨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PC방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아내와는 다툼이 잦아졌고 폭행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보고 자란 중학생 아들도 게임에 빠져 훈계하는 어머니를 구타했다. 어머니는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상담센터에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2. B씨는 20대에 이혼을 한 뒤 아들을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PC방에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게임을 했다. 이후 고모에게 맡겨진 아들은 게임에 중독되면서 포악해지고 대들기 시작했다. "엄마도 아니면서 무슨 참견이냐"는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고모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인천에서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C(32)씨가 11살짜리 딸을 2년 간 집에 가둔 채 굶기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 중독된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들이 가족뿐만이 아니라 사회와 단절한 채 게임 중독에서 직접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린 자녀들은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인터넷 중독 실태를 조사한 결과, 3~59세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중독 위험군은 6.9%(약 262만 명), 청소년 스마트중독은 29.2%(약 15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의 사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중독 위험군은 파악조차 힘들다. 이들은 치료협회나 상담센터에서 무료로 상담을 해줘도 직접 전화조차 걸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을 걱정하는 가족이나 친척 및 지인 등 주위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이 정도는 나은 상황이다.

    ◇ 사각지대에 놓인 중독 위험군, 방치될수록 위험

    가족 등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모두 단절된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C씨처럼 2년간 자녀를 학대해도 아무도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비영리기관인 한국인터넷게임중독예방치료협회(사)에서는 이들이 오래 방치될수록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게임 상에서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회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쾌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임 상에서 만난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게 되고, 자녀들은 자연스레 방치되는 것이다. 폭력성이 심한 게임을 할수록 성격도 이처럼 변화하며 자녀에게까지 이어지게 된다.

    또한 취업은 공백이 길어질수록 더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사회와는 점점 멀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혼자서 인터넷 중독을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가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나는 더 인정을 받는다 ▲인터넷을 하지 못하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 진다 ▲실제에서 보다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등 12가지 항목 가운데 9개 이상이 '예'로 나오면 인터넷 중독이 의심된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개발한 '인터넷 중독 진단척도'를 해본다. 그래도 심각한 결과가 나온다면 전문 상담센터나 치료협회를 찾는 것이 좋다.

    ◇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지원

    인터넷 게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치료협회는 강조했다. 상담이 분명히 효과가 있지만 중독에서 벗어나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열악한 인터넷 중독 상담센터나 치료협회의 환경도 문제다.

    한국인터넷게임중독예방치료협회(사)는 3년 전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운영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RELNEWS:right}급여가 적기 때문에 상담사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그나마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선 여성 상담원들도 형편상 적은 월급을 주는 곳에서는 오래 일하지 못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초보 상담사들이 고용되고 게임에 대해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상담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게임 중독의 위험성이 뒤늦게 인식되면서 이를 치료하는 곳 또한 많지 않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 상담자는 춘천에서부터 서울까지 3차례를 왕복하며 상담을 받았지만 먼 거리로 인해 포기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는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조차 할 수가 없었다.

    김학권 한국인터넷게임중독예방치료협회 대표는 "상담을 하면 분명히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국가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인터넷 중독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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