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진행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1일 오전중 중단하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로 제출된 상황에서 처리를 미룰 경우 역풍이 불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민주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밤 심야 비대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원내대표는 당분간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고 주장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이에 반대하며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자칫 '역풍'이 불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민주는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을 연계하려는 여당을 비판하며 획정안 우선 처리를 줄곧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국회로 넘긴 이후에도 필리버스터를 계속 고집할 경우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한 비판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지도부 사이에서 제기됐다.
변재일 비대위원이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난 뒤 "정부여당이 최소한의 수정 의사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지가 없다"면서도 "언젠가는 마무리할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적지 않은 여론의 지지와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론환기를 이끌어 냈지만 더이상 이어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온 이후에도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면 여당에서 '야당의 발목잡기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플레이를 할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당이 되레 불리한 상황에 처할수 있다"고 말했다.
4월 총선에도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계산도 한 몫했다. 필리버스터가 야권 지지층 결집을 넘어 무당층까지 묶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이후에도 지속적인 당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야권 지지층의 결집은 이미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뜻"이라며 "표 확장성을 위해 무당층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안보이슈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는 것도 부담이 될수 있다는 비대위원들의 판단이 작용했다.
김 대표도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면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킬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에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8일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 박영선 비대위원이 발언을 할 예정이며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에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당분간 이어가지는 의견에 찬성한 상황이어서 이번 결정에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원내지도부는 1일 의총을 다시 열고 당 방침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안은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후 의결정족수를 채울 경우 이르면 1일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공휴일임을 감안하면 2일로 늦춰질 수도 있다.
야당이 인권침해 등을 우려한 테러방지법과 여야가 합의한 북한인권법도 함께 처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