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그룹 뉴진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박종민 기자"피고들(뉴진스)이 지금의 어도어를 신뢰하면서 계속 같이 가라고 판결하시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지 재판부께서 꼭 좀 살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 뉴진스 측 변호인
그룹 뉴진스(NewJeans)가 '계약상 중대 사항 위반'을 이유로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가운데, 어도어가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은 유효하다며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이 시작됐다. 전속계약 해지 사유의 입증 책임이 뉴진스에게 있는 만큼, 이들이 핵심 근거로 내세운 '신뢰 관계 파탄'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오전 11시 27분,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해지 유효 확인의 소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원고 어도어 측 변호인단 4인, 피고 뉴진스 측 변호인단 8인이 참석한 상태로 속행했다. 지난달 7일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 때와는 달리, 이날 뉴진스는 나오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양측에 합의나 조정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어도어 측은 "저희 원고 측에서는 합의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뉴진스 측은 "현재로서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고 피고들 본인의 지금 심리적 상태도 그런 걸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상반된 답을 내놨다.
어도어 측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계약 해지 사유의 존재에 관해서는 피고(뉴진스)들이 증명해야 한다"라며 "아직 일부만 제출했고 추가로 주장한다고 하기 때문에 그 사유가 제출되면 저희가 세부적인 반박을 하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피고인들 측에서는 (민 전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민희진씨가 오늘의 뉴진스가 있기까지 어느 정도 기여한 것도 틀림없지만 '민희진 없는 뉴진스는 존재 불가능하다', 이건 좀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만이 뉴진스를 제대로 프로듀싱할 수 있는 인물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어도어 측 입장이다. 어도어 측은 "어도어는 업계 1위인 하이브 계열사이기 때문에 그 계열사에서 다른 프로듀서를 구해서 (뉴진스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뉴진스가 지난달 23일 '엔제이지'(NJZ)라는 새 활동명으로 참석한 홍콩 컴플렉스콘의 사례를 들어, "홍콩 공연 역시도 피고들께서 민희진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공연을 준비하셨고 어느 정도 성공리에 마친 거로 보면, 민희진만이 (프로듀싱) 가능하다는 주장은 피고들 스스로의 언행과도 모순되는 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공연을 민 전 대표 없이 한 것인지 묻자, 어도어는 "저희는 일단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뉴진스 측은 "민 전 대표가 얼마나 피고들한테 중요한 역할이었는지 별개로, 다른 프로듀서를 통한 것(프로듀싱)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피고들 입장에선 실제 의사가 있다면 민 대표 해임하기 전 단계부터 준비해야 했고, 해임까지 6~7개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 마련도 안 됐다는 것까지를 포함해서 저희는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민 전 대표의 부재'가 아니라, 대안과 관련해 피고들과 의사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까지를 저희는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뉴진스 측은 "개별적 해지 사유 자체만으로도 저희는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유가 독자적인 해지 사유가 되지 못해도, 그 사유들이 다 모였을 때 결론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 신뢰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 전 대표 해임 이후 어도어 경영진이 전부 교체된 것을 언급한 뉴진스 측은 "법인은 법에 의한 인격체라서 경영진이 모두 교체되면 과거 법인과 지금 법인은 법률상 형식적으로는 동일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법인이 되고,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저희는 민희진만을 두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뉴진스 측은 "민 전 대표가 축출되고 하이브 지시를 받는 새 경영진이 오면서 피고들이 과거 계약을 체결했던 어도어와 지금의 어도어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른 법인이 돼 버렸다"라며 "더 이상 이 계약을 이행할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어서 같이 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어도어 측은 "자꾸 민희진씨를 축출했다고 하는데 축출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나간 것"이라며 재판부 가처분에 따라 대표이사 교체가 적법하다고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도 어도어가 민 전 대표에게 계속 뉴진스 프로듀싱을 해 달라고 제안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어도어 측은 "그런데 민희진씨가 대표이사를 다시 시켜주지 않으면 자기는 프로듀싱 못 한다며 온갖 핑계를 대면서 시간만 끌다가 나갔고, 그 직후 열흘도 안 돼서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어도어에) 계약 해지 선언을 한 것"이라며 "프로듀싱은 피고인들과 협의, 의견 교환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 이후(민 전 대표 해임)에는 일방적으로 대화와 소통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전속계약 해지 사유의 핵심으로 제시된 '신뢰 관계 파탄'을 두고, 재판부는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신뢰 관계를 어떻게 봐야 될지, 일반적인 장기 계약에서와, 이런 매니지먼트나 프로듀싱 부분의 신뢰 관계를 같이 봐야 할지 한번 고민을 좀 해보겠다"라며 "보통 신뢰가 깨진 게 너무 확실하게 보이는 건 정산 한 번도 안 해 주고 (팀이) 잘 안 돼서 연습생들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제대로 연습 못 하고 이래서 깨지는 경우인데, 이건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이로써 '엔제이지'(NJZ)라는 새 활동명을 바탕으로 한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뉴진스는 지난달 23일 홍콩 컴플렉스콘 공연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한편, 20여 분간 진행된 첫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 심문기일은 종료됐고, 다음 기일은 오는 6월 5일 오전 11시 10분으로 잡혔다. 뉴진스가 이의 제기한 가처분 심문기일은 오는 4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