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개된 뉴진스의 BBC 코리아 인터뷰 유튜브 캡처소속사 어도어가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어도어 주장을 전부 인용한 가운데, 그룹 뉴진스(NewJeans)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이어 BBC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이들은 가처분 결과에 충격받았다면서도 '5명 전원'의 의견으로 본인들이 겪은 부조리를 용기 내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 코리아는 26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뉴진스 멤버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 독점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가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제동을 건 후, 멤버들은 뉴진스나 새로운 활동명 엔제이지(NJZ) 언급 없이 각자 이름으로 공개석상에 나서고 있다.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과 후, 총 2차례에 걸쳐 BBC 코리아를 만난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와 모회사 하이브를 향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 제 생각에는 그게 저희에게 가장 명백하고 가장 큰 두려움"(하니)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4월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하려고 한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공개적인 발언을 아꼈던 뉴진스는 그해 8월 민 전 대표가 해임되자 다음 달인 9월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을 켜 민 전 대표의 복귀와 기존 어도어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어도어가 전속계약 사항을 중대하게 위반한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뉴진스 보호'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도어 귀책'으로 전속계약은 해지된다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일련의 행동을 두고, 하니는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내린 결정들은 그 선택들은 모두 저희 내부에서 엄청난 논의를 거쳐서 이뤄진 것"이라며 "만약 생각과 감정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모를 거다. 사람들은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만 믿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BBC 코리아 인터뷰 캡처그간의 행보는 뉴진스의 주체적인 결정이 아니고, 뒤에서 영향을 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의혹에 관해 묻자 하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니는 "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는 방식 같다"라고 바라봤다.
하니는 "사람들은 쉽게 '걔네들은 어리잖아' '쟤네가 스스로 결정할 리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상황을 덜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덜 고민하고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 다섯 명이 모두 동의해야만 선택을 할 수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사안으로 국회 국정감사(국감)에 출석한바 있는 하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도 인사를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뉴진스가 '하이브 1호 걸그룹'으로 데뷔 예정이었다며 르세라핌(LE SSERAFIM)이 먼저 데뷔한 것을 강력히 문제 제기했다.
정리하면, '하이브-민희진 사태'에서도, 이후 민 전 대표가 제작한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가 해당 사안에 의견을 드러냈을 때도 르세라핌, 아일릿 등 타 그룹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니는 이번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편치 않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고 우리는 그 팀에 어떤 영향도 주고 싶지 않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라는 입장을 폈다.
어도어 민 전 대표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등 총 11가지를 '전속계약상의 중요 의무 위반 사항'으로 제시한 뉴진스 주장은 법원에서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진스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한다고 알렸다.
다니엘은 "저는 정말로 다른 결과를 예상했지만 정말 (뉴스를 본) 모두가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라며 "저희는 단지 일을 계속하고 싶다. 저희가 사랑하는 일을 방해받지 않고 거짓말과 오해 없이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BBC 코리아 인터뷰 캡처혜인은 "저희가 되게 유명하고 뭔가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고 말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위치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저희가 되게 참다 참다가 이제 겨우 저희가 겪은 부조리함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다. 지금 솔직히 사회적으로 봤을 때 상황이 저희한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근데 그 상황 자체가 저는 그 사실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엄청나게 용기를 내서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 그게 저희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한 하니는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정말 아마도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은 절대 피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환영한 어도어는 지난 23일 홍콩에서 열린 컴플렉스콘도 '어도어 소속 뉴진스'로 무대에 설 수 있게 현장에서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어도어 관계자들은 당시 뉴진스를 만나지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멤버들은 이날 무대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라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어도어는 '활동 중단 선언' 역시 어도어와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며 안타깝다고 밝혔다.
멤버들은 오히려 어도어의 방문에 "정말 너무 놀랐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는데도 상의 없이 또 우리를 찾아오겠다는 말에… 또 반복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데, 그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힘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건 잔인한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소속사인 어도어가 뉴진스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을 방해한다는 뉴진스의 주장에, 하이브와 어도어는 BBC 코리아에 "소속 아티스트이자 주요 자산인 뉴진스에 대해 '뉴진스의 명성을 해치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할 이유와 그렇게 한 바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인터뷰는 27일 정오 현재 45만 8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댓글도 2만 4천 개 이상 달렸는데, '댓글을 삭제하지 말라'는 내용의 댓글도 적지 않다. BBC 코리아는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 혐오표현은 공지 없이 삭제될 수 있으며, 댓글창이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댓글을 상단 고정한 상태다.
지난 22일에도 뉴진스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라며 "아마도 이게 한국의 지금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게 우리가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한국은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뉴진스가 제기한 가처분 이의 신청 첫 심문 기일은 오는 4월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어도어가 뉴진스에게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본안 소송) 첫 심문 기일은 4월 3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