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지하철역에 게재한 '너! 고소' 광고포스터 (출처=강용석 변호사 블로그) 강용석 변호사 블로그
국회의원 출신 강용석 변호사가 자신에 대한 모욕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누리꾼을 '무더기'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냈다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소송 남발'은 변호사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는 진정이 접수되면서다.
서울변회는 '공인(公人)인 강 변호사가 누리꾼에 대한 고소 및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여러 건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행 변호사법 24조는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강 변호사에 대한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아직 징계 등 처분에 관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 변호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가 고소를 당한 '오픈넷'도 지난 2월 말 서울변회에 진정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넷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오픈넷은 진정서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강 변호사는 20대 총선에서 용산 출마를 선언했고, 공직선거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공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 변호사 관련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댓글은 정당한 비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럼에도 법률전문가인 강 변호사가 무분별한 고소를 남발하고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이에 합당한 처분을 해달라"고 서울변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픈넷은 지난 1월 '모욕죄 합의금 장사 주의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 변호사로부터 모욕 혐의로 고소를 당한 누리꾼의 사례를 공개했다. 해당 누리꾼은 지난해 8월 한 인터넷 언론 기사에 강 변호사에 대한 비판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누리꾼 A씨도 지난 1월 강 변호사의 출마 선언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전화통화에서 "강 변호사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기사였는데 고소를 당해 너무 황당했다"며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데 법은 문외한이라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누리꾼 1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모욕죄로 고소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의 대표를 각각 모욕 방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모욕을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지훈 카카오(옛 다음카카오) 대표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강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넥스트로가 보도자료를 통해 "악성 댓글 200여 건에 한해 형사고소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CBS노컷뉴스는 정확한 소송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넥스트로 측과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신 강 변호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한 누리꾼이 수백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강 변호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동안 자신에게 모욕 댓글을 단 누리꾼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74건에 달했다.
전체 피고가 854명, 전체 소송가액이 14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강 변호사는 주로 한 건의 소송을 낼 때 누리꾼 13명을 한꺼번에 묶어 1인당 150만원씩 모두 195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네이버 아이디 a*******를 사용하는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월 8일 하루에만 무려 29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특성상 한 명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의 숫자는 줄어들 수도 있다. 또 강 변호사는 일부 피고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는데, 누리꾼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넷 관계자는 "강 변호사로부터 고소 당했거나 민사소송에 걸렸다는 누리꾼들의 상담문의 전화가 수십 건 들어왔다"면서 "진정 처리 결과를 지켜본 뒤 검·경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를 취합해 강 변호사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누리꾼이 공인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고해서 자신의 법률지식과 변호사로서의 지위를 함부로 남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강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서초역에 '너! 고소'라는 문구와 함께 삿대질 하는 장면의 광고포스터를 게재했다가 서울변회로부터 변호사의 품위 유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