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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안희정·이재명 효과에 민주당 경선 '들썩'

국회/정당

    '추격자' 안희정·이재명 효과에 민주당 경선 '들썩'

    2위 쟁탈전에 흥행 예감…"작은 펀치 아닌 큰 펀치가 대세 갈라"

    야권의 강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가운데 당내 2위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탄핵 정국을 이끈 촛불집회에서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원칙론을 강조하며 안정감 내세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재인 대세론'을 정면 겨냥하면서 당내 경선 흥행몰이로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 '사이다' 이재명 수성(守城) vs '시대교체' 안희정 반전(反轉)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뒤 이렇다할 국정철학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차기 대선 관심도는 민주당 내 경선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경선 룰을 정비한 민주당은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시작한 데 이어 당장 다음 주부터 선거인단 모집에 나서는 등 가장 빨리 대선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문재인 대세론'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과 안 지사의 치열한 2위 싸움이 오히려 당내에 활력을 불어넣고, 본선에 오를 최종 후보자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설 연휴 즈음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는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제주 경선에서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대권을 내준 바 있다.

    이 시장과 안 지사는 현재까지 문 전 대표 지지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각각 '노동과 공정', '시대교체와 원칙'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두 사람의 반전 가능성은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도 감지된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설연휴 직전인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9세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대선후보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 11.7%)에서 이 시장과 안 지사는 각각 8.5%, 7.9% 지지율을 얻어 전체 후보 중 3, 4위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25.3%)와 반 전 총장(16.3%)에 비해 오차범위 밖 추격이지만 의미있는 반등세가 포착된다.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12월 말 여론조사에서 3.2% 지지율을 기록한 안 지사는 한 달 만에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야권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라 쓰고 임금님이라 읽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한미 정부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사드 배치는 존중해야한다" 등의 원칙론이 야권 지지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에도 어필하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에게 쏠렸던 보수성향의 충청 민심 일부도 안 지사에게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에서 "박근혜·이재용 구속" 등 다소 거친 발언으로 지지율이 10% 중반대까지 치솟았던 이 시장은 최근 다소 주춤세지만 비문(비문재인) 진영 결집으로 막판 뒤집기를 자신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달 만에 지지율이 폭등했다 폭락하는 것처럼 시간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며 "정책과 비전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실제로 책임질 역량이 되는지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설 연휴 직후인 31일 예비후보등록을 마치자 마자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광주로 이동해 5·18 민주화 묘역도 참배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섰다.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는 호남은 지난 4·13 총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등을 돌렸던 곳으로 이 시장 입장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며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셈이다.

    두 사람이 치열한 2위 싸움은 당 밖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론'이 무성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반기문·안철수 등 당 밖의 변수들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 '짧은 활주로'에 축소된 순회 경선·결선투표도 변수

    조기 대선 국면에서 4차례로 축소된 순회 경선 일정도 변수다.

    민주당은 선거일 D-45일부터 호남권, 충청권, 영남권,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이틀씩 일주일간 치열한 순회 경선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순회 경선이 13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군소 주자들 입장에서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그만큼 적어져 자칫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초반 호남권부터 반전의 바람이 불면 막판 '역전드라마'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이 시장과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이 불었던 것처럼 경선 초반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권역별 투표 결과는 현장에서 바로 발표돼 민주당 경선 흥행몰이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제 도입도 두 사람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두 사람 모두 인지도만 놓고 본다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서 만만찮은 상대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안희정 두 후보 지지자들의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문 전 대표가 과반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결선투표로 간다면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당들이 공멸을 하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지만 결코 난공불락이라고 볼 수 없는 변수가 여러 개 있다"며 "순회 경선이 4차례라는 점은 반대로 작은 펀치가 아닌 큰 펀치로 대세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안 지사의 가파른 상승세와 이 시장의 변함없는 지지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두 사람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과 상관없이 민주당 경선 흥행몰이에는 청신호이자 최종 후보자가 누가 되든 본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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