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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완용 차남이 '짝퉁 덕종어보' 봉안

사건/사고

    [단독] 이완용 차남이 '짝퉁 덕종어보' 봉안

    종묘일기 기록 확인…고궁박물관장은 "친일파 제작 주도 아냐"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덕종어보가 진품이 아닌 모조품으로 드러나자 문화재청은 '1924년 제작된 덕종어보도 순종이 지시하고 종묘에 봉안까지 한 왕실 인정유산'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종묘의 역사를 기록한 '종묘일기'에는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덕종어보를 봉안한 것으로 나타났고 순종은 언급조차 없었다. 하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종묘일기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짝퉁 덕종어보 감싸기에 급급했다.

    ◇ 이완용 아들이 '덕종어보' 봉안… 국립고궁박물관 "몰랐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4년 미국으로부터 조선왕실 보물을 환수 받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종어보'가 친일파가 만든 모조품이었다는 18일 CBS노컷뉴스 보도직후,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곧장 해명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관장은 "반환 당시엔 몰랐고 이후 성분조사를 통해 올 초 덕종어보가 조선시대 유물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덕종어보는 1924년 순종의 지시로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다시 만들어졌다"며 "종묘에 안장되는 등 왕실의 인정도 받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친일파가 재제작을 주도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의 관리소홀로 (덕종어보가) 분실돼 징계를 받았는데 징계를 받은 사람이 또 제작을 주도했는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재청 역시 해명자료를 통해 "어보 재제작은 순종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해 왕실이 인정한 어보"라며 1924년 5월 2일자 매일신보 기사를 언급했다. 매일신보는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운영되던 신문사였다.

    문화재청이 "덕종어보 모조품이 봉안됐다"고 밝힌 1924년 5월2일엔 아무런 기록이 없다. 출처=종묘일기

     

    종묘일기에는 '1924년 5월 6일 하오(오후) 2시, 이항구가 금보(덕종어보)를 봉안했다'고 기록돼있다. 출처=종묘일기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종묘의 일지를 기록한 '종묘일기'에는 문화재청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1924년 5월 2일에는 제사나 봉안이 이뤄진 사실이 없었다. 봉안은 5월 6일에 이뤄졌고 봉안을 한 자는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였다.

    봉안당일 기록엔 '하오(오후) 두시 예식과장 이항구 사무관 등이 영녕전 제 8실(덕종), 제 9실(예종) 금보 봉안사'라는 내용만 담겼다.

    전문가들은 순종이 봉안에 참여했다면 기록에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종묘일기는 근무일지와 비슷한 자료로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종묘 내 당직근무자와 담당자가 이를 기록하는데 순종이 방문했다면 기록을 남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립고궁박물관장 "이항구가 한 것은 유감… 정정할 것"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결국 문화재청과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해명기자회견에서조차 기본적인 봉안주체와 날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만 확인했고 종묘일기는 확인하지 않은 결과 친일파가 덕종어보를 봉안했다는 사실 역시 모르고 있었다.

    김 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종묘일기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항구가 (봉안주체로) 올라간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해명기자회견에서 순종의 제작지시와 봉안사실만 밝힌 채 이항구의 봉안사실은 왜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앞으로) 이항구가 주관해 행사가 이뤄졌다고 밝히겠다"며 "지적사항에 따라 상세한 기록으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 친일파가 제작에 봉안까지 한 마당에… 문화재청 "전시계속"

    친일파가 제작에 봉안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문화재청과 고궁박물관은 '짝퉁 덕종어보'를 계속해 전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시민단체가 전시철회 진정서를 내고 학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이 덕종어보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조선미술품제작소'는 이미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일본인이 소유하고 친일파 김갑순이 출자해 세워진 친일회사임이 드러났다. 더군다나 당시 사무를 담당한자가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로 밝혀졌고 종묘에 봉안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화재청의 '전시 강행'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

    김 관장은 지난 18일에도 "덕종어보도 우리의 환수 유물"이라며 "이번 특별전시에 (문정왕후어보와) 함께 전시할 것"이라며 이상한 의미를 부여한데 이어 "1924년에 만들어졌다고 덕종어보 자체를 없는 것처럼 하기엔 도리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관장의 주장과 달리 덕종어보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되고 구리함량이 기타 조선왕실 어보와 달리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현재 특별전시에 나온 어보 중 유일하게 지정문화재로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손환일 대전대 교수는 "전시를 할 품목이 따로 있지 덕종어보는 전시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제강점기에 조악하게 만들어진 것을 굳이 전시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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