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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에 '가족 총동원' 진풍경…높은 '대출문턱'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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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대출에 '가족 총동원' 진풍경…높은 '대출문턱' 실감

    세대원 주택담보대출 확인 위해 미성년자 자녀도 모두 신용조회 할 수 밖에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 지난 7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30대 A씨는 모자라는 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로 했다.

    은행 직원은 A씨에게 "본인은 물론 A씨 주민등록등본 상의 가족 전체가 은행에 와서 신용 정보를 조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하신 70대 아버지, 초등학생인 아들과 이제 돌이 갓 지난 딸의 신용 정보까지 조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투기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은 차주(빌리는 사람) 한 명 당 한 건에서, 한 가구당 한 건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A씨는 "아버지처럼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나 미성년인 아이들까지 가족 전체가 다 은행에 와서 신용 정보를 조회해야 한다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며 "돈 빌리는 게 무슨 죄인 것처럼 느껴져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역대급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선 가족 구성원 전체가 은행으로 집결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차주(빌리는 사람) 1명 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과 과천, 세종시 등은 투기과열지구,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각각 지정됐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할 사람 한 명의 신용정보 조회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유무만 확인했다면, 이번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엔 주택담보대출 할 사람의 주민등록 상 가족 전체의 신용조회가 필요하다.

    이때 성인인 가족 구성원 뿐 아니라 미성년자까지도 주택담보대출 보유 여부 확인을 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부담부 증여 및 상속에 따른 채무인수 등으로 대출 보유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선 고객의 가족 전체 구성원에 대해 전부 신용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 주택담보대출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 동의서는 집에서 써서 제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들을 다 데리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불편하다는 민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가족이 해외에 있거나 지방에 있는 경우, 또는 군대 등에 갔을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 부득이하게 은행에 못 오는 가족의 경우 위임장을 받지만, 이 마저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족이 지방에 살아서 못 올 경우에도 해당 은행의 지점에 가서 신용정보 제공 동의서를 쓴 뒤 그 지점의 은행 직원이 동의서를 보내줘야 한다"며 "대출을 원하는 고객 이외에도 다른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조회하는 업무 등까지 겹쳐 업무가 가중되고 상당히 번거로워졌다"고 말했다.

    신용 정보 조회가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개인 정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용 정보 조회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유무를 확인하고 난 뒤 이외 다른 정보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선 관련 내용의 확인 의무, 정당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신용조회에 대한 모든 내용을 출력 또는 전산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시중은행 직원은 "정부 및 금융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위해 정책을 내놓고 관련 조회시스템조차 개발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모든 세대원의 모든 신용 정보를 조회해 주택담보대출 유무를 파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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