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22일 대법원 판결 결과는 보수야권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구도대로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에는 '야당 탄압'이란 정치적 꼬리표가 붙게 마련이다. 홍 대표로선 무죄 판결로 면죄부를 받게 되면 당권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지만, 파기환송에 따라 유죄 가능성이 커질 경우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하지만 지난 탄핵 사태 이후 보수가 분열돼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도식적인 '야당 탄압' 구도가 전부가 아니란 반론도 제기된다. 홍 대표가 부재할 경우 당장엔 혼란이 발생하겠지만, 보수개혁과 '대안 리더십'의 필요성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
홍 대표로선 당권을 탄탄하게 다진 가운데 맞이하는 재판이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쥔 뒤 주류였던 친박계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원외 당 대표로선 원내에서 수적으로 열세였던 홍 대표는 옛 새누리당 비박계 출신의 바른정당 의원들을 지지 세력으로 설정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친박 청산'이 불가피했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킨 뒤 김무성 의원 등 9명의 추가 탈당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재판을 앞둔 약점을 잘 알고 있었던 친박계는 홍 대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8선) 의원은 홍 대표와의 통화내용을 공개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존재가 확인될 경우 재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친박계에 밀리는 듯 했던 홍 대표가 역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 12일 원내대표 경선이었다. 친박계는 홍문종‧한선교(4선) 의원 등을 김성태 원내대표의 경쟁자로 내보냈지만, 결과는 홍 대표가 지원한 김 원내대표의 승리였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표결의원 108명 중 55표로 당선됐다. 재적 의원 116명의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당의 주류가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바뀌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후 홍 대표는 당 장악에 더욱 속도를 냈다. 지난 17일 당무감사를 단행하며 서청원 의원의 당협위원장직의 박탈을 권고했다. 비박계 내부 잠재적 경쟁자인 김무성(6선) 의원에겐 당협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견제를 가했다. 사실상 당내 홍 대표의 경쟁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이 같은 독주체제는 대법원 무죄 판결 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고위 내 유일한 비판자인 류여해 최고위원의 퇴출을 추진하는 오는 26일 윤리위 결정까지 마무리 짓고 나면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질 경우 당권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으로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가능성이 있는 당 대표를 떠안고 가기 힘들다.
홍 대표 체제의 붕괴는 역설적으로 보수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일시적으로 아노미 상태가 불가피하겠지만, 동시에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 안팎에선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뒤 암약 중인 김무성 의원 역할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통합을 모색 중인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영입 여론도 조성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홍 대표 부재시 보수통합 흐름이 강화되면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중도-보수통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성태 원내대표 대행체제가 등장하면 바른정당을 향한 한국당의 문호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통합으로 흐름이 역전되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금기시하는 국민의당 분위기와 맞물려 중도-보수통합론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