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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시대가 되면 남북 군사력은 약화되는가?
남북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가운데 남북 모두에게 국방·안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군축(군사력 축소)을 추진하기로 해 현재의 남북 군사력과 향후 군축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 정상이 합의하긴 했지만 군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1일 남북이 경쟁하듯 최전방 지역에 설치된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에 들어갔지만 이보다 훨씬 큰 신뢰가 바탕이 돼야 실질적인 군축이 가능하다.
판문점 선언 역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南 63만 병력에 군사력 세계 7위, 北 120만에 세계 18위
F-15K 편대 (사진=자료사진)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정보 자체가 많이 차단돼 군사력 평가가 쉽지 않지만 120만명에 육박하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도대와 노농적위군 등 예비 병력은 7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략 전체 인구 2500만명 가운데 36%가 군인이거나 언제든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준비된 병력이다.
한국군은 정규균 63만5000여명에 예비군과 민방위 등 예비 병력이 310만명 정도다.
그러나 핵무기를 제외하고 전체 인구와 장갑차, 탱크,전투기,함정 등 현대화된 무기의 능력을 감안한 전체적인 군사력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한다.
2일 현재 미국의 군사력평가 전문 사이트인 GFP(GlobalFirepower.com)는 2018년 남한의 군사력을 세계 7위로, 북한의 군사력을 세계 17위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1위)과 러시아(2위), 중국(3위), 인도(4위), 프랑스(5위), 영국(6위)에 이어 남한이 7위고 북한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이스라엘, 파키스탄에 이은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과 북의 군사력 순위는 11계단 차이지만 경제력에서는 50여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군사력 강화에 주력한 북한, 군축해야 경제 체질 개선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1962년부터 군을 우선하는 선군정치를 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후부터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으로 56년간이나 무리하게 군사력 강화를 우선한 것이다.
전체 경제규모를 감안했을 때 군사력 부담이 훨씬 큰 북한이 결국 재래식 무기를 포기하고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몰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문점 선언대로 실질적인 군축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경제 구조와 체질 자체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다.
보통 10년을 근무하는 인민군수를 남한 수준으로만 줄여도 군사비용이 대폭 줄어들고 경제활동인구가 수십만 명 늘어난다.
2018년 43조원 가량인 우리 국방예산의 절반 정도가 군인 월급과 먹고 재우는데 들어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大軍을 이끌어 간다는 것 자체에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수반되는데 북한 스스로 군축을 통해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군축은 남한의 군축을 동시에 수반하는 것이어서 한반도 전체의 군사력이 감안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군비통제로 신뢰 쌓고 주변국 군비경쟁 감안한 군축 필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 전체규모로 봤을 때 북한의 군사력은 과도하다"며 "북한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군축을 바랄 것이지만 이 문제는 남북을 넘어 최근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주변국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 역시 DMZ와 서해 해상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방지책 마련 등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와 달리 군축은 상당한 신뢰가 쌓이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이 일단 이달 중 열리는 장성급회담에서 군축회의나 군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남북이 일단 군비통제에 적극 나선면 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군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비통제란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이 초소를 철수시키는 것처럼 관련 국가가 상호 협의해 특정 군사력의 건설, 배치, 운용을 확인하거나 제한·금지·축소시키는 것으로 실제 군사력을 축소하기에 앞서 긴장을 완화해 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