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김학의 전 차관 (사진=자료사진)
지난 2013년 1월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을 때 서초동은 술렁거렸다. 검찰의 여러 '통'들 사이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김 전 차관이었다.
최초 15명 안팎 후보군에서 8명으로 압축될 때까지 김 전 차관이 명단에 들자 "뒤에서 누가 봐주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검찰총장에서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자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사정당국이 박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차관의 두터운 친분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다수 확보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수사당국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차관이 어릴 적 청와대 동산에서 함께 뛰어놀던 사이란 진술이 여러번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만큼 가깝고 또 오래된 관계였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임명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명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던 김 전 차관의 과거 해명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그동안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일 것이란 추측은 막연한 의심으로만 전해져왔다.
두 사람의 친분은 선대(先代)인 부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차관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군 대령으로 월남전에 참전하며 무공훈장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관인 김 전 차관의 아버지를 각별히 아꼈고, 이때의 인연이 자녀들로까지 대를 이어왔다고 알려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전 차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분 그리고 차관 임명 강행까지 모든 건 여기서(부친들 사이 관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중 1명으로부터 김 전 차관을 음해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차관과 특별한 사이일 것으로 추측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차관의 6촌 누나와 박 전 대통령의 친분도 만만찮게 가깝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전 차관의 6촌 누나와 박 전 대통령은 목욕탕도 같이 다니고, 취임식에 어떤 옷을 입을지 의논할 정도로 친하다"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전 차관을 '진짜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임명 강행은 물론 그가 검찰의 1·2차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경에도 두 사람의 이같은 각별한 친분이 작용했다고 전해졌다. 정권 차원의 수사 무마·은폐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2013년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집권 초기 서슬이 퍼렇던 시기라 그 부분(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차관 관계)에 대한 조사에는 다들 몸을 사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은 29일 특별수사단을 출범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3번째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사외압 의혹도 조사대상에 포함했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이어 김 전 차관의 3차 수사에서도 검찰의 칼끝이 또 한번 박 전 대통령을 겨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