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15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4월 국회 일정 및 현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진 가운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의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를 담은 패스트트랙 추인에 실패하면서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물밑 협상이 아닌 믿을 수 있는 '합의문'을 요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선 협상과정에서 당내 설득도 같이 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터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또 하나 늘어난 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18일 바른미래당 의총 중에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이 도화선이 된 모습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의 의총 결과에 대해)기존에 주장했던 것(당론)들이 있으니깐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 봐야한다"라며 공수처 기소권을 고수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바른미래당 반대파가 '협상이 뒤집힌 것'이냐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이 일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 종료 뒤 브리핑에서 "회의 중간에 제가 '최종합의안'이라고 말한 안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를) 부인하는 발언이 나왔고, 패스트트랙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의원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게는 구체적 합의안을 명시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지게 됐다.
그동안 홍 원내대표는 대외적으로 '기소권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당의 공식입장을 밝혀왔지만 물밑 협상 과정에서는 기소권의 일부를 양보하면서 패스스트랙의 불씨를 살리려 노력해왔다.
현재 원내지도부는 바른미래당과 검사,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공수처의 기소권 일부만 주는 안으로 기존 국회의원과 고위직 공무원을 포괄했던 안에서 대폭 양보된 안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기존에 저희 공수처 관련해서 기존 당론이 변한게 없다"라고 하면서도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4당의 이해차이가 있었다. 각 당이 모여서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원내지도부는 일단 내주 합의안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의총 등을 열어 당내 추인절차를 따로 밟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또한 당 원내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기류여서 홍 원내대표로써는 막판 '청와대의 반대'라는 부담은 없다.
하지만 공식적인 합의문을 만들게 되면서 물밑 협상의 여지가 좁아지게 됐다는 점은 새로운 장애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기소권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공식 입장 자체를 수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당내 추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당내 추인 절차 중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민주당 내에서 선거제 개혁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 기소권까지 양보한 것으로 비친다면, '실익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큰 반발이 없을 것이란 긍정적 관측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최소한의 개혁 성과를 내야하는 여당 입장에서 상징적으로라도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 올려 통과시켜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어 최근 당내 기류 변화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공수처 기소권에 대해 원칙론을 고수해온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가 어느정도 협상할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칙만 내세우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변화된 입장을 나타냈다.
당내 반발 없이 어렵사리 패스트트랙을 푼다 해도 홍 원내대표에게는 '국회 마비'라는 짐을 떠안는 '딜레마'는 여전히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출국 전 여당 지도부에 최저임금 개편과 탄력근로제법 통과를 당부했다. 여당에 입법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당은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며 극렬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요구한 추가 입법 성과도 4월 국회에서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이유로 상임위간사단회의에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이런식으로 국회일정 연계시키면 국회를 열수가 없다. 한국당의 태도변화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투 트랙을 강조했지만 한국당이 이런 입장을 받아들여 줄지는 미지수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