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터리가 또 다시 중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중국 정부가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형식 승인'을 내주면서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제외'였다.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차별이 3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은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쓸어가고 있다.
◇ 韓 배터리 또 좌절… 차별 속 좁혀진 '기술력'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포함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의 가격을 고려할 때 1,000만 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은 차량 가격은 물론 판매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까지만 해도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5종에 '형식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등 보조금 지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상황이지만 이번에도 최종적으론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대감에 부풀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상하이 모터쇼에도 참가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한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비우호적 정책을 펼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그동안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해왔다.
결국 한국 배터리가 철저히 배제된 상황에서 중국산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업체를 중심으로 출하량을 늘리며 크게 성장했다. 이미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 배터리 점유율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중국업체 CATL이 점유율 23.8%로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중국업체 비야디도 15.3%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를 달리던 일본 파나소닉은 2위(22.9%)로 내려앉았고 LG화학은 4위(10.6%)에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점유율을 두고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올린 것'이란 일각의 폄훼도 있었지만 업계는 기술력 격차도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은 지난달 신형 배터리 'NCM811'을 대량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니켈 함량이 80%에 달하는 NCM811은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이 길어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 받는 모델로 한국이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 양산에 들어간 상태였다.
◇ 전기버스 보조금 40%, 中 업체가 가져갔다
(그래픽=김성기PD)
반면 최근 한국 승용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중국 업체들은 한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모두 받고 있다.
이미 수년 전 진출한 전기버스 부문에선 국가 보조금의 40%가 중국업체로 들어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18년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전기버스 보조금 총액 136억 원 중 55억 원이 중국 업체에 지급됐다. 전체의 40%가 넘는 금액이다.
중국업체 비야디와 한신자동차, 하이거 등이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이들 버스는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도 운행 중이다.
중국은 전기버스에 이어 승용전기차 한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베이징자동차가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승용전기차 판매에 들어간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EV 트렌드 코리아'에도 중국업계 최초로 승용전기차 3종을 선보였다. 중형 세단인 'EU5'를 시작으로 중형 SUV 'EX5', 소형 SUV 'EX3 콘셉트'를 공개했다.
국내에는 없는 중형 SUV 전기차를 내놓은 데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고 특히나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산 전기차를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산 소형 SUV 전기차인 코나EV보다 덩치가 더 크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앞서는 EX5의 중국 현지 판매가격(보조금 비적용)은 3,100만 원 수준이다. 코나EV의 가격은 4,650~4,850만 원(보조금 비적용)이다.
결국 일부에선 중국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국산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등적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 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한국 정부는 국내산과 수입차에 똑같이 전기차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은 중국 내 생산된 차량에 한하여,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 역시 어느 정도의 차등 지급에 공감했다.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구성되고 그 세금이 그대로 (중국) 업체에 전달되는 것"이라며 "중국은 과도하게 자국산업을 보호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보조금이 지급되는 친환경차 부문에선 자국산업을 어느정도 보호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설명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