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숙(前 유엔대사)
결국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을 고발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 간의 통화 내용 유출은 공익 차원의 일이 아니란 거죠.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그동안에 있어왔던 일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신뢰에 금이 간단 말인가. 문제될 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외교가의 생각은 어떨까요? 주미 대사관과 주 토론토 영사관에 근무했고요. UN 대사를 지낸 외교관이시죠. 김숙 전 UN 대사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숙 대사님, 안녕하세요?
◆ 김숙>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국가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이라는 거. 볼 수 있는 사람은 대사뿐인 거 맞습니까?
◆ 김숙> 꼭 한 사람만 알아야 된다, 한두 사람만 알아야 된다 그게 아니고 알아야 될 사람이 알기는 알았는데 국가 외교 안보 업무를 다루는 재외 공관의 중견 외교관이 3급 비밀로 분류된 비밀 사항을 외부에, 그것도 정치인에게 유출시키고 정치인은 이를 공개했다. 이 내용인데 이 자체는 국가 보안 업무 규정에도 위배되고 따라서 절차를 거쳐서 책임을 물어야 될 사안으로 봅니다.
◇ 김현정> 전체적인 총평을 먼저 해 주셨어요, 대사님. 그러면 하나하나 좀 분류해 보겠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사람이 늘 대사 한 명만은 아니다. 그때그때 다르다' 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대화 내용 같은 경우에는 주미 대사 한 사람만 볼 수 있도록 봉인이 되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주미 대사관 직원 12명이 다 돌려봤다는 거거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 김숙> 대사 한 사람만 봐야 될 봉인이다라고 하는 것은 대사만 보도록 한다. 그러나 대사가 판단하건대 대사관에서 고위직, 공사나 다른 참사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봐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 한다면 대사의 판단 하에서 보여주는 겁니다. 문제는 이걸 왜 외부에 유출하느냐. 그게 문제죠.
넥타이를 만지는 강효상 의원(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김숙 대사님 보시기에 그 내부에서 12명 정도가 공유한 그 자체는 크게 문제는 아니라고 보시는 거예요.
◆ 김숙> 그러니까 저는 12명이 누구냐. 봐야 될 사람이 봤느냐 이거죠. 한 사람이 봐야 되느냐 열두 사람이 봐야 하느냐. 그 숫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면 과거에, 김숙 대사가 주미대사 근무하던 시절 한참 과거기는 합니다마는 그때 분위기는 공유할 사람들은 공유하되 그 내부로 발설은 절대 안 된다.
◆ 김숙> 그렇죠. 그래서 가끔 가다가 다른 데서부터 항의를 받고 그런 사실도 있습니다.
◇ 김현정> 왜, 무슨 항의?
◆ 김숙> 왜 우리는 같은 대사관 내에 근무를 하면서 왜 남북한 간의 핵 문제나 이런 것들은 왜 안 가르쳐주느냐, 왜 정보를 독점하느냐. 이런 얘기들도 있었는데 알아야 될 사람은 알아야 되지만 알 필요가 없거나 너무 퍼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할 적에는 아주 지극히 소수만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를 했고 때로는 동료들 간에도 약간의 불만 같은 것들도 봤고 그런 사실은 있습니다. 지금도 아마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내가 알게 됐을 경우. 하다못해 가족끼리 얘기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그것은 절대 가족에게도 발설 안 한다. 이런 룰이 있는 건가요?
◆ 김숙> 그렇죠. 비밀 취급 인가를 갖지 않은 사람들은 우선 그걸 접근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가족들도 부인이나 배우자나 이런 사람들이 비밀 취급 인가가 없으면 당연히 그것을 공유할 수가 없는 사항이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게 지금 무슨 다른 사적인 얘기를 하다가. 그러니까 강 의원하고, 강효상 의원하고 사적인 얘기를 하다가 부지불식간에 그 얘기를 하게 된 게 아니라 이게 1차 조사를 해 보니까 의도적인 유출이었다라고 외교부 장관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얘기가 더 커지는 거죠.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거죠?
◆ 김숙> 의도적이냐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됐느냐 하는 의도나 과정은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결과가 중요한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게 기강 해이나 보안 의식이 굉장히 약해졌다라고 봅니다. 이것은 국가 외교 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입니다.
더군다나 이것이 정치권의 정치 공방으로 번져서 소동을 벌이게 될 때까지는 그건 큰 잘못으로 생각이 되고, 이것은 잘못된 건 잘못이고 잘못된 건 빨리 사과 시정하고 지나가야지 안 그래도 국민들이 정신이 지금 좀 사나운 상황인데 나라 꼴이 이것 때문에 어지럽게 돼야 할 그럴 만한 사안이냐. 그럴 사안은 아니거든요. 후배가 외교관으로 있는 사람인데 그것을 정치인이 또 결과론적으로 보면 후배의 경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건 또 강효상 의원으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봅니다. 그건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 될 필요가 있어요.
◇ 김현정> 이걸 받아든 강효상 의원. 그걸 또 혼자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기자회견을 열어서 공표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국익을 위해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한 거라고 계속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세요, 김숙 대사님?
◆ 김숙> 국민의 알권리라고 하는 것은 수긍이 안 됩니다. 하루에도 우리 정부에서 생산하는 보안 문건이 수백 건이 될 텐데 모든 것을 어떻게 해서 불법 또는 비법적으로 획득을 한 것을 공개를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국민의 알권리라고 얘기하는 것은 조금 잘못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진=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대표 sns 캡쳐)
◇ 김현정> 외교가에서 이런 식으로 정상 간 내용이 유출이 돼버리면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일각에서는 이건 치명적으로 외교 관례상 어긋나는 일이고 치명적인 실수다라고 얘기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니, 뭐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 정도로 그렇게 크게 문제시 하느냐.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교가에서는 실제 어떤가요?
◆ 김숙> 이번에 유출된 내용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그런 사안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안보상의 민감성이 있든 없든 간에 그렇게 정상 간에 두 분이서 한 얘기가 바깥으로 나갈 정도면 상대방에서 우리 측에 대한 신뢰 이런 것들이 점점 얇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건 사실입니다.
◇ 김현정> 이번에 이걸 가지고 미국이 항의를 했냐 안 했느냐.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신뢰라는 게 점차점차 옅어지지 않겠는가. 한 번에 이게 확 신뢰를 끊어버리고 이런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판단하시는 거군요.
◆ 김숙>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김숙 전 UN 대사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대사님?
◆ 김숙> 예전에도 간간이 보안 사고는 있었습니다. 보안 사고가 있었긴 했는데 일반적으로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공직자들. 이번에는 국회의원도 여기에 연루가 됐습니다마는 넓은 의미의 공직자들로서의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들 또는 다른 공인들 이런 분들이 보안 의식을 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가 한 10여 년 전에 국정원에 근무할 당시에 가끔 국회 정보위에 보고를 했어요. 국회 정보위에 보고를 하는 것은 그 기본이, 전제가 국회의원, 정보위 위원들한테만 보고를 하고 이게 바깥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해서 보고를 하는데. 민감한 사안도 많이 있는데 보고하면 즉시 여야 간사가 경쟁적으로 바깥에 나가서 언론에다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이게 자칫 잘못하가 민감한 사안에서는 그 정보가 어떻게 나오게 되느냐. 정보원에 대한 노출 문제도 있는 거고.
그리고 우리가 얼마만큼 알고 있고 얼마만큼 모르고 있느냐. 이런 것도 굉장한 보안 사항이거든요. 그런데 보고해서 나가면 그런 취약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취약점을 우려해서 보고를 안 하면 그건 보고의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정보위 쪽에서는 국회를 경시하지 않느냐.
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국회 상원 정보위에서 보고하는 것이 바깥에 나가면 그건 범죄 행위가 돼서 그건 형사 처벌을 받게끔 되어 있는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고쳐야 한다라고 생각을 한다. 하나의 예지만. 그리고 이번 국회 정보위 얘기를 꺼내서 국회를 비난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마는 사례를 얘기하다 보니까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지금 일각에서는 이런 얘기도 나와요. 이번에 북미 간에 거리가 가까워지고 또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를 활발히 하면서 외교가에서 북한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졌던 외교관들의 불만이 상당히 있고 그것이 이번 일로 표출된 것 아닌가. 그러니까 외곽으로 밀려난 외교관들이 의도적으로 불만을 품고 이런 일을 한 것 아닌가라는 해석도 나오던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 김숙> 그러한 추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직원들이 그렇게 내부적으로 반발을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라고 하는 것은, 그건 큰일이기 때문에 저는 여태까지 그런 사안은 보지 못했고 대부분의 경우가 반동적으로서 그렇게 했던 사안은 거의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까지 했다고 그러면 거의 이건 쿠데타급이네요, 항명급이네요.
◆ 김숙> 잘못되면 큰일 날 일이죠, 그렇게 된다면. 공직자로서 그런 건 생각을 못할 사안인데. 그렇게까지 일반인들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놓은 외교부의 그 기강도 좀 문제라고 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김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김숙 전 UN 대사. 외교관의 생각 한번 들어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