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5일 저녁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법안접수를 시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펼친 당일에 '패스트트랙 여야 충돌 사건'을 가져오기 위해 경찰에 송치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00명에 가까운 여야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매머드급 사건까지 검찰이 틀어쥐고 향후 '정무적 카드'로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검찰의 '수사 지휘'에 따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을 10일 서울 남부지검에 송치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부터 현역 의원 98명의 운명을 가를 수사를 직접 맡게 된다.
4개월 넘게 이 사건에 매달려 온 경찰 관계자는 "많은 부분을 수사 해놓고 검찰에 송치한 부분에 대해 직원들은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해 '검찰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넘긴다'는 인상을 남겼다.
경찰과 검찰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 달 27일 경찰에 이 사건을 9월 10일까지 넘기라며 서면으로 통보했다. 하필 이날은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대와 고려대, 부산대 등 30여 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한 날이었다.
검찰의 송치 지휘에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는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강제수사 여부'가 경찰 내에서 한창 검토되던 시기여서 검찰이 사건을 서둘러 넘겨받은 배경이 더욱 주목된다.
검찰이 '조국 수사'와 관련 반(反)개혁·정치수사라는 여권의 비판 프레임을 예상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당 의원 강제수사' 카드를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조국 수사'에 대해 여권이 정치수사라고 맹렬히 비판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한국당 의원들까지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정치 진영과 검찰 수사는 별개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도 검찰의 이번 사건 송치 지휘에 대해 긴장 기류가 읽히고 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검찰의 강제 수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 있다"며 "원내 지도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송치 지휘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조 후보자 압색 시점 이전인) 8월22일에도 구두로 사건을 송치하라고 경찰에 얘기했었다"며 "조국 수사와 이번 건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검찰의 송치 지시가 내려오자 '좀 더 수사 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수개월에 걸쳐 영화 700편에 해당하는 국회 폐쇄회로(CC)TV 등 1.4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까지 분석을 완료한 만큼, 기본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재촉으로 대형 사건을 넘기게 된 데 대해 경찰 내에서는 "결국 검찰이 중요 사안을 다 맡겠다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경찰이 출석에 불응한 한국당 의원들의 체포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를 놓고 한없이 시간을 끌다가 검찰에 결정적인 '패'를 빼앗겼다는 자조섞인 의견도 있다.
외부 전문가들도 검찰이 서둘러 쥐게 된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검찰에서 이 사건을 가져간 건 좀 빠르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수사를 해 온 사안이고 당장 오늘, 내일 중으로 공소시효가 완료되는 건도 아니잖느냐"며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검찰에서 판단을 했어도 늦지 않았는데 서둘러 사건을 가져온 배경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