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이슬람국가(IS)의 창설자'라고 의미를 부여한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사살하기까지의 과정은 첩보영화와도 같았다.
미국과 이라크, 터키 등 관련국들간의 정보전쟁이 이 영화의 한 축을, 알바그다디 측근들과 가족의 배신이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미국 정부가 그의 사살(또는 자살)을 두고 '괴멸적 한 방'이라고까지 흥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군은 이번 작전을 수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알바그다디 사살 배경에 IS 내부 인사와 현지 첩보당국의 협력이 있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몇 년을 성과없이 끌어왔던 작전명 '케일라 뮬러(알바그다디 추격 작전)'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알바그다디의 참모 중 한 명인 이스마엘 알 에타위가 만들어 줬다.
에타위는 2008년 미군에 체포돼 4년의 수감 생활을 한 뒤 알바그디디의 주요 참모 역할을 하다가 IS 붕괴 뒤 2017년 시리아로 도망쳤다.
오랜 기간 행방이 묘연했던 알바그다디의 출몰 지역이 처음 파악된 것이 바로 에타위의 입을 통해서였다는 것이 이라크 관료들의 증언이다.
에타위는 자신을 포함한 알바그다디의 핵심참모 5명의 리스트와 이들이 추격을 피하기 위해 야채가 적재된 차량 안에서 전략회의를 한다는 등 어디서 회합하는지를 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에타위가 이 같은 고급 정보를 제공한 시점이 2008년 수감 당시인지, 아니면 2017년 시리아로 넘어간 이후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 다른 터닝포인트는 올해 초 미국과 터키 정보당국에 의해 생포된 5명의 IS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알바그다디와 만났다는 시리아내 모든 지역들을 진술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를 근거로 해당 지역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CIA는 이를 바탕으로 5개월 간의 추적 끝에 올해 중반 알바그다디가 가족들 및 3명의 핵심 참모들과 함께 시리아 북서부의 이들립을 돌며 은신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시리안 정보원이 이들립의 한 시장에서 체크무늬 머리 장식을 한 이라크 인을 발견하고는 그가 에타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에타위를 미행해 알바그다디가 머물고 있는 곳을 특정해 냈다.
그리고는 지난 25일 마침내 알바그다디를 태우고 인근 마을로 향하던 미니버스를 쫓을 수 있었다.
알바그다디의 은신처 확인과정에서 알바그다디를 보좌한 참모의 가족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AP는 이라크 관료의 말을 인용해 몇 개월 전 이라크 서부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바그다디 참모의 부인이 알바그다디의 소재를 확인하는데 열쇠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알바그다디의 처남이 최근 이라크인들에게 체포됐으며 매형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