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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면 저런 데서 못 살제"…섬·양식장 등에 홀로 지내는 경우도

광주

    "한국사람이면 저런 데서 못 살제"…섬·양식장 등에 홀로 지내는 경우도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 ④]
    주택에서 지내기로 계약했지만…
    실제 사는 곳 컨테이너 등 임시시설
    돈벌이 수단 된 외국인 노동자 숙소
    잠금장치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는 女 외국인 노동자

    ※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농어촌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숙박시설 제공 여부와 숙소 유형이 포기된 근로계약서를 맺지만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광주CBS 기획보도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 네 번째 순서로 사람이 사는 숙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숙소에 살면서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기 힘든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섬이라는 '감옥'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들…화장실 없는 '곰팡이' 숙소
    ② "마음에 안 드니 나가라" 내쫓기는 외국인 노동자
    ③ "감히 날 무시해" 폭언·폭행에 골병드는 외국인 노동자
    ④ "한국사람이면 저런 데서 못 살제"…섬·양식장 등에 홀로 지내는 경우도
    (계속)

    ◇ 섬이나 바다 위 양식장에서 홀로 사는 외국인 노동자

    전북 군산 개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지내는 숙소(사진=박요진 기자)

     

    "한국 사람이면 저런 데 못 살제"

    지난 2018년 2월까지 전남 신안군 안좌도 인근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한 동티모르 국적 30대 A씨에게 일터는 곧 숙소였다. A씨의 고용주는 양식장에서 섬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A씨를 양식장 위에 세워진 조립식 건물에서 지내도록 했다. 이 때문에 A씨는 1년에 수개월은 홀로 바다 위에서 보내야 했지만 쫓겨나지 않을까 두려워 아무런 문제제기도 할 수 없었다.

    지난 2017년 10월 말까지 전남 군산시 옥도면 한 섬에서 일한 인도네시아 국적 B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씨의 고용주는 자신이 사는 섬에 마땅한 숙소가 없다는 이유로 양식장 인근 섬에 B씨를 홀로 지내게 했다. 유인도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상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야 했던 B씨에게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었다.

    ◇ 주택에서 사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컨테이너…남녀 구분 없는 숙소도

    전남 나주 금천면의 한 미나리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서 들어온 미얀마 국적 20대 C씨는 단독주택에서 지내기로 계약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 C씨가 지낸 곳은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컨테이너였다. 계약과 달리 화장실은 숙소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었으며 목욕시설이 따로 없어 이웃집에 신세를 져야 했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한 대파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국적 40대 여성 D씨는 남녀가 구분된 숙소에서 지낸다고 알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 D씨가 머문 곳은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임시 주거시설이었으며 남녀 구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잠금장치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스스로 돈을 주고 구입한 자물쇠를 채우고 지내야 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가 계약 내용과 다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관계 기관의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돈벌이 수단 된 외국인 노동자 숙소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지내는 숙소(사진=박요진 기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주와 맺는 근로계약서에는 일정 정도 돈을 주고받고 숙박시설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고용주들은 숙박시설을 또 다른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 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온 미얀마 국적 30대 D씨 등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 달에 방세로만 30만 원을 내야 했다. 급여의 15%까지를 숙식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고용주와의 사전 협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담이 커 월세를 낮춰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D씨가 지내는 인근 마을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숙식 비용으로만 급여의 5분의 1 정도를 지불하며 지냈다. 침대가 하나뿐인 방에서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지내며 방값으로만 50만 원을 냈지만 주변에 마땅히 머물만한 숙소가 없어 고용주의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 위험에 노출된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상당수 비닐하우스에서 홀로 지내

    농촌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 여성 노동자 중 상당수는 비닐하우스에서 지낸다. 전남 담양군 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국적 20대 E씨는 비닐하우스에 혼자 지내는 것을 알던 이웃 주민이 여러 차례 찾아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고용주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문단속을 잘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최근까지 전남 해남군 문내면에서 불법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일한 베트남 국적 30대 여성 F씨 역시 5개월 정도 홀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야 했다. 밤늦게 비닐하우스 주변으로 차량이 다가올 때마다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어 F씨의 비닐하우스 생활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고용주의 도움 없이는 마땅한 숙박시설을 마련하기 힘든 농어촌 지역의 특성상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는 고용주가 결정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아무 곳에서나 지내도 된다는 차별의식으로 인해 이들의 숙소 여건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여는 홍관희 노무사는 "도시지역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농어촌 지역 노동자들의 숙소는 고용주에게 달려 있다"며 "농어촌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도 최소한의 주거여건을 보장받은 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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