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대남병원 (사진=류연정 기자)
집단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벌어진 청도 대남병원의 운영 실태를 둘러싸고 이번에는 지역 농협, 청도군과의 수상한 사업관계가 드러났다. 아울러 청도군 관계자들과 이단 신천지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음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도 속속 확인됐다.
CBS 연속보도로 대남병원이 비리 복지재단의 후신(後身)으로, 청도군 보건소와 오랜 유착관계 속에서 환자 관리를 부실하게 해 온 정황이 밝혀진 만큼 이 병원과 얽힌 이해관계와 불법 여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합장 출신 군수 취임하자…청도 농협, 대남병원 장례식장 임대 사업4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대남병원은 지난 2017년 5월 장례식장을 청도 농협에 임대했다. 통상 장례식장은 병원의 핵심 수입원으로 통하는데, 이 알짜 사업을 돌연 지역 농협에 넘긴 것이다.
장례식장을 농협에 임대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청도 농협 조합장 출신(11대‧13대)인 이승율 청도군수(재선)가 초선에 취임한지 4년째 되던 해였다.
15대 조합장인 박모씨는 '경제사업‧조합원 복지 강화'를 앞세워 장례식장 임대사업권을 따냈는데, 농협 내부에서는 '깜깜이' 추진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쯤 지난 2018년 4월 청도 농협은 장례식장 사업을 고리로 청도군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청도군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절차 일체를 해당 장례식장에 위임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직 군수가 농협 조합장 출신이라는 점이 농협의 장례식장 임대사업은 물론 군과의 협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청도군과 대남병원이 끈끈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은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청도군은 1998년 대남병원 측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부지에 보건소를 설립하며 물리적·화학적으로 한몸처럼 운영됐다. 공적 시설인 보건소가 사립 병원과 한 건물로 연결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복합 의료타운 조성'이라는 미명 하에 특수 관계가 이어졌다.
이후 20년 넘게 보건소를 매개로 청도군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대남병원이 농협 조합장 출신인 이 군수의 취임 뒤 농협에 장례식장을 내주는 등 사업관계까지 얽히게 된 것이다.
◇ 대남병원 '장례식장 임대' 후 순이익 급감, 과거 횡령 전력도 '주목'청도군과 농협, 대남병원의 얽힌 삼각 고리 속에서 2017년 장례식장 임대를 기점으로 병원 측 당기순이익은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2억 원대를 유지했던 순이익은 2017년 1억400여만 원으로 반토막 났고, 2018년에는 832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병원 매출액은 크게 상승했다. 동일시기 매출액은 2015년 80억3500여 만원 에서 2017년 96억1800여만 원으로 뛰었고, 2018년 100억 원을 돌파했다.
매출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순이익은 급감해 장례식장을 임대한 것이 병원 측에는 타격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이 병원의 전신이었던 '구덕원'의 비리사태 때도 대남병원 장례식장이 '횡령의 통로'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세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1년 횡령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구덕원 김모(59) 전 이사장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대남병원 측 이사장을 겸임하면서 장례식장이 재단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직원들과 공모해 임대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수익금 약 2억 원 상당을 착복했다.
과거 구덕원 노조 간부였던 한 인사도 현재 임대 사업 관계에 대해 불법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장례비용은 임대사업자에게 들어갔다가 임차인에게 리베이트 식으로 다시 흘러들어올 수 있다"며 "(장례식장 임대를 기점으로) 당기 순이익이 갑자기 떨어졌다면 그런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남병원의 부실한 환자 관리가 불투명한 운영이 집단 감염사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과 맞물려 각계에서는 향후 명확한 조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청도군 보건소와 대남병원의 유착 의혹을 거론하며 "민간의료기관, 특히 비영리법인에 대한 실효적인 공적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남병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CBS노컷뉴스는 이 군수에게 농협 측의 장례식장 임대 사업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도군 관계자도 "잘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병원 측에도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신천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자원봉사로 연결된 '청도군‧신천지'…관계자들은 "연관성 없다" 선 긋기인구 4만 2천여명의 작은 군에서 이단 신천지가 군수 등 핵심 유지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CBS 취재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신천지 측은 교주 이만희의 고향인 이곳을 자주 찾아 벽화 그리기 등 환경 개선 사업이나 어르신들을 대상 삼은 의료‧미용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는데, 청도군 관계자들은 행사에 참석하거나 후원 주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례로 신천지자원봉사단(신자봉)이 2018년 청도군에서 진행한 의료봉사(찾아가는 건강닥터) 활동의 후원 주체 명단에는 청도군 소속 자원봉사센터와 A 면사무소도 포함됐다. 각종 블로그와 지역 언론을 보면 이승율 군수는 이 자리를 찾아 "신천지라는 이름처럼 새천지를 만난 것 같다. 마을 주민들도 새천지를 본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도군의 한 이장은 해당 봉사활동을 주제로 3분짜리 신자봉 홍보영상을 따로 찍기도 했다.
신자봉이 2017년 게시한 이 지역의 어버이날 기념행사 영상에도 청도군 자원봉사센터 관계자가 직접 출연해 "신천지봉사단이 자발적으로, 그야말로 대가 없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찬사를 보낸다"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2016년 청도군의 한 마을에서는 부녀회가 신자봉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감사패에는 '신천지자원봉사단 대표 이만희'가 적시됐다.
청도군 관계자들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신천지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 군수 측도 "신천지와 관계가 없다"면서도 "(행사 참석 경위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대남병원에서 자주 열린 종교행사가 신천지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지만, 청도군은 군내 신천지 교회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