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보수야권의 시선이 사뭇 달라졌다. 5‧18 40주년을 맞아 하나같이 반성과 추모 메시지를 냈다. 전향적이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 당사자들을 솜방망이 징계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황교안 당시 당대표는 광주를 찾았다가 물 세례를 당했다.
4‧15 총선 참패 뒤 중도‧실용노선을 표방한 통합당 지도부와 야권 잠룡, 유력 인사들은 극우에 선을 긋고, 호남으로 향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제창했다.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기도 했다. 유가족에게 사과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 이유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18일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지도부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원유철(미래한국당 대표)"5‧18 민주 항쟁에 담긴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그들의 고귀한 희생과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한국당은 5‧18 광주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기릴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하루 전 유의동 의원, 김웅 당선인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장제원, 김용태 의원도 개인 자격으로 광주로 향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왜곡하고 비난하는 정신이 자유한국당에 있었다. 5·18 왜곡·비난에 단호한 조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이라도 진심을 담아 그런 부분에 사죄를 드려야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통합과 화해를 방명록에 적었다.
◇오세훈"아직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가 있다. 진정한 통합과 화해의 길은 역사의 진실 앞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광주를 향한 메시지를 SNS에 담아 보낸 야권 인사들 역시 적지 않았다.
◇홍준표(무소속·전 자유한국당 대표)"80년 5월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에 근무하며 광주의 분노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지난 대선 당시 추념 방문했던 망월동 국립묘지에서의 함성을 되새기며 추념한다. 내년부터는 꼭 광주 추념식에 참석하겠다"
◇하태경(통합당 의원)"보수진영은 5‧18 정신을 적극 받아들이고 나아가 '임을 위한 행진곡'도 수용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한류'이자, 보수가 앞장서서 북한에 수출해야 할 노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젠가 개헌을 한다면 5‧18 민주화운동을 3‧1운동, 4‧19혁명과 함께 헌법 전문에 올려 계승해야 한다"며 "5‧18은 한국민주화의 동력이었고 문재인 정부 탄생 기반이자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오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자고 제안했다.
◇안철수"21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을 것을 제안한다. 여야 정치권이 흔쾌히 합의해 헌법 전문에 담기면 5‧18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야권 인사들이 이처럼 일제히 반성과 사죄, 추모 메시지 등을 쏟아내는 것은 총선 참패 후 위기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민심을 얻기 위한 중도‧실용노선 전환의 첫 단계가 5‧18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의 5‧18 망언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별도 입장문까지 내면서 사죄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