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김정환 목사와 엄기호 목사 등이 지난 3월 제기한 전광훈 대표회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로써 전광훈 대표회장은 당분간 대표회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전광훈 목사를 대신할 직무대행자는 법원이 추후 선임하기로 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지난 1월 30일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대표회장 선출 문제. 당시 한기총은 대표회장 후보에 단독 입후보한 전광훈 목사를 기립박수로 추대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기총이 박수로 대표회장을 추대 선출한 것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예외적 방법이라고 했다.
당시 대표회장 선거는 비대위 소속 목사들이 정기총회 개최를 금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였고, 비대위 소속 목사들의 출입을 막아 자유로운 토론과 다양한 의견 개진의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차단한 채 진행됐기 때문에 총회 대의원들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하게 해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총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한기총은 지난 1월 정기총회 소집을 통지하면서 엄기호 목사 등 12명의 명예회장들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는 2019년 9월 정관 변경을 통해 명예회장들을 총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소집 통보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한기총이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총이 지난해 9월 임시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했지만, 문체부의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얘기다. 법원은 명예회장등에 대해 소집 통지를 하지 않고, 정기총회를 소집 진행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목사들의 출입을 막은 점도 절차상 하자로 들었다. 지난 1월 정기총회에서 한기총은 비대위 소속인 김정환 목사와 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등의 출입을 막았다. 당시 김 목사와 엄 목사가 항의했지만, 전광훈 목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기총은 김정환 목사와 엄기호 목사 등이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출입을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김정환 목사 등이 선거인 명부 등재와 관계 없이 당연직 총회 대의원이라며, 총회 의결권과 대표회장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또 한기총 측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비대위 소속 목회자들의 출입을 막은 것은 중대한 하자라고 말했다.
법원은 전광훈 목사가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라는 한기총의 대표회장 자격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전광훈 목사가 위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다만 비대위 소속 목사들이 직무대행자를 선임해달라는 요청은 추후 별도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전광훈 목사는 비대위가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사건의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직무 수행을 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