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수천명이 휴일을 맞아 거리로 나와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도입 방침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날 오후 1시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서 시위가 시작되자 경찰은 허가받지 않은 불법시위라며 20여분 만에 시위 주동자를 체포하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초반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 캡처 사진
경찰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의 숫자는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시위대는 코즈웨이만과 완차이의 도로를 따라 퍼져 나갔고 일부는 해체된 철제 울타리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망하게 할 것이다"는 글이 써 있는 펼침막을 들고 도로행진했고,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미국 성조기도 눈에 띄었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명 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처했다. 다량의 체루탄을 시위대에 발사하고 물대포까지 등장시켜 바리케이드를 쌓으려는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경찰은 오후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12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날 거리에 나온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우고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이 법을 물리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야당인 피플파워(人民力量)의 탐탁치(譚得志) 부주석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면서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라고 외쳤다.
홍콩 야당과 범민주 진영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 내에 중국 정보기관이 상주하면서 반중 인사 등을 마구 체포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다음 달 4일에는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가 열리며, 이어 9일에는 지난해 6월 9일 100만 시위를 기념해 다시 집회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7월 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가 예정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 기사 사진 캡처
하지만 중국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한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은 잠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송환법 파동 이래 홍콩 급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폭력이 격화되고 외부 세력이 불법 개입해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이 부장은 특히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 등 외부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 2기를 시작한 대만과 관련해서도 "대만은 중국의 내정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 사회의 공통 인식"이라면서 "외부 세력을 반대하며 양안 통일은 필연으로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인식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길 촉구한다. 헛된 환상과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중국의 마지노선에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중국 책임론 제기에 대해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있는데 거짓말에 오도돼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