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이 갈라지고 위로 솟아 있는 모습이다.(사진=박창주 기자)
평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산책을 즐기는 주부 김지수(32‧경기도 수원시)씨. 하루는 자전거도로가 마치 점프대처럼 솟아올라 있어 깜짝 놀랐다.
김씨는 "갑자기 땅이 튀어 올라 있어 너무 놀랐다"며 "애가 자전거를 타다 다칠 수도 있을 거 같아 빨리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전거도로에 대한 이용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별 공유자전거 이용률은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늘었고, 지난 1분기 자전거 업계 매출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올 연말부터는 전동 킥보드까지 자전거도로 이용이 허용돼 이용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 자전거도로 관리 주체 제각각, 유지·보수 예산도 부족22일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자전거 관련 사고는 해마다 평균 5천건 넘게 발생했고, 지난해 부상자만 6천명이 넘는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훼손된 자전거도로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석 달 전 한강변을 따라 달리다 자전거도로에 생긴 '싱크홀'을 미처 피하지 못해 뒤따르던 자전거와 엉켜 넘어지면서 무릎과 팔꿈치에 심한 낙상을 입었다.
김씨는 "(도로 정비를) 어디에다 민원을 넣어야 할지 몰라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는데 아직도 그대로"라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함께 자전거도로가 급증한 데다 도로에 대한 유지‧보수 주체도 중앙과 지방정부로 이원화 돼 있어 곳곳에서 관리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도심 속 보행로 주변과 하천변으로 이어지는 일부 자전거도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고, 4대강을 중심으로 하천변은 대부분 국토교통부 관할로 나눠져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지자체와 국토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빌미가 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순찰을 돌다 파손된 자전거도로를 발견하더라도 우리 관할 구역이 아니면 즉각적으로 보수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곡교천로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에 안전시설인 볼라드 설치 구멍이 방치돼 있는 모습이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가 관할하고 있는 4대강 주변 등 하천변 자전거도로의 경우, 광범한 지역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 자체가 어려워 자전거 동호인들의 민원과 일제 정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산강 무안군 구간의 한 자전거도로 편의시설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실제로 앞서 국토부는 올 초 행정안전부의 요청을 받아 지난 3~5월 4대강 인근 등의 자전거도로를 일제 점검을 벌인 결과 661건의 시설 훼손을 확인했다.
빠르게 늘고 있는 자전거도로에 비해 관리 인력과 재원 부족도 '위험한' 자전거도로의 방치 요인이다.
수원시의 경우, 시 관할 자전거도로만 326㎞에 달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2명뿐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자전거도로는 2018년 기준 1만 5172개 노선, 2만 3천㎞. 1개 기초지자체에서 평균적으로 100㎞ 안팎의 자전거도로를 맡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은 적게는 5억원, 많으면 15억원 정도의 자체 예산을 마련해 자전거도로를 보수하고 있는데, 해마다 제기된 민원 관련 구간을 고치는 데 대부분 예산이 소진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2016년부터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 위해 공모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총 금액은 50억원으로 245개 지자체가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관리 주체 일원화…안전 시설도 확충"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효율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부의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도로 구간에 따라 지자체와 국토부 등으로 나뉜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 일관성 있는 관리 정책을 운영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최형진 과장은 "전담 기구가 유지 보수를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현 정부는 자전거도로에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면서 안전시설을 확충해야 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교통안전 연구시설의 한 박사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나 안내판을 세우는 것도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며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나 물건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전거도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독 체계도 강화해야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