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건물 입구에서 26일 현지 주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휴스턴 주재 자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맞대응으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보하면서 청두 영사관이 중국인들에게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청두 총영사관이 문을 닫아야 하는 시간은 중국 시간으로 27일 오전 10시이다. 미국 영사관측은 마지못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쿨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인지 토요일인 25일부터 철수 준비를 본격화 했다.
3대의 이삿짐 차량과 대형 버스 1대가 영사관안으로 들어갔고 이보다 몇 시간 앞서 노동자들이 검은색 쓰레기 자루를 운반하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문건을 파쇄한 쓰레기로 보인다. 총영사관 외벽에 붙은 미국 휘장도 제거됐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이날 웨이보 계정을 통해 청두 미 총영사관 현판을 제거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청두 총영사관 앞은 역사의 현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 앞에서는 수백 명이 반중시위를 벌였지만 청두총영사관 앞에서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한 남성이 총영사관 앞에서 폭죽을 터뜨려 경찰에 잡혀갔다.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 현판 제거 영상(사진=연합뉴스)
오프라인에서는 조용했지만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는 총영사관 앞에서 폭죽을 터뜨린 사람이 용감한 행동을 한 것으로 추앙되었고, 전통춤인 양거(秧歌)춤을 추어도 되는지, 떠나는 미국총영사관에 작별현수막을 보내도 되는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일부는 묻닫는 총영사관을 리모델링해 인기있는 식당으로 만들자거나 심지어 공중화장실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청두총영사관 폐쇄를 계기로 애국주의적 성향의 글이 SNS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짐 물리막스 청두 총영사의 부인 촹쯔이가 지난 1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5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촹쯔이는 지난 2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성급히 청두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던 때의 심경을 나치를 피해 고향을 등졌던 유대인에 비유하는 글을 지난 1일 올렸다.
글을 쓴지 20일도 더 지난 이 글이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누군가를 비난대에 올리고 싶어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촹쯔이가 유대인도 아니고 중국이 나치는 더더욱 아니라는 논리다. 네티즌들은 그러면서 그녀에게 스파이, 대만독립주의자 등의 딱지를 붙였다. 촹은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 콜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인류학자이자 가수, 요리사로 중국인들 인기가 높았던 외교관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