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를 놓고 부당하다는 검찰 내부의 비판 기류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 평검사들에 이어 26일 전국 고검장들을 비롯한 검찰 고위급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식 감찰과 이에 근거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청구 조치가 자의적이고, 부당하다는 문제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추 장관은 예정대로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사이에 이어져 온 긴장 기류가 검찰 개혁 방식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검찰 조직 대 추 장관의 구도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 전국 고검장들 "판단 재고해 달라"…秋에 집단 의견서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 등 전국의 고검장 6명은 이날 추 장관을 향해 윤 총장 직무정지·징계청구 조치를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놨다. 이들은 검찰 내부 게시판에 공유된 이 의견서를 통해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라는 검찰 개혁의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폄하되지 않도록 현재 상황과 조치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 재고를 법무부장관께 간곡하게 건의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간 수 차례 이어져 온 추 장관의 수사지휘와 감찰지시가 특정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언급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를 표했다.
고검장들은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에서부터 직무 집행정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는 일련의 조치들이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몇 달 동안 수차례 발동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굳이 우리 사법 역사를 비춰보지 않더라도 횟수와 내용 측면에서 신중함과 절제를 충족하였는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감찰 지시 사항의 경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고, 감찰 지시 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징계 청구의 주된 사유가 검찰총장의 개인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총장으로서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형사사법의 영역인 특정 사건의 수사 등 과정에서 총장의 지휘 감독과 판단 등을 문제 삼아 직책을 박탈하려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고강도 조치가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한 검찰개혁 차원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윤석열 찍어내기' 아니냐는 물음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서두에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검찰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번 집단 의견 표시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검장들은 전날 현 사태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모임 연기' 통보를 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 상황을 좌시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 같이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대검 중간간부들도 "秋 처분 위법·부당"…오늘 곳곳서 평검사 회의대검 중간간부 27명도 같은 날 추 장관에게 "검찰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책임과 직무를 다 할 수 있도록 징계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를 재고해 주실 것을 법무부장관께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는 적법절차를 따르지않고, 충분한 진상확인 과정도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역시 고검장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변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집단 저항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특히 대검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지시로 윤 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감찰부의 감찰 담당자조차 추 장관의 처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태원 감찰3과 팀장은 "(당사자) 소명을 듣지 않고 징계의결 요구 및 직위해제를 한 사안에서 직위해제처분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며 윤 총장의 소명을 듣지 않은 이번 감찰의 절차적 합리성에 물음표를 붙였다.
전날엔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평검사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평검사 회의를 열어 같은 뜻을 밝혔고. 대검찰청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도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검찰청 10여곳에서 평검사 회의가 잇따라 열릴 전망이어서 추 장관을 향한 '검란'이 현실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검란 한 가운데에 선 추미애…"윤석열 징계위 소집"
추 장관은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마이웨이'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윤 총장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검사징계위원회를 다음달 2일 소집하기로 했다. 추 장관은 26일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심의 기일을 12월 2일로 정하고 징계혐의자인 검찰총장 윤석열 또는 특별변호인의 출석을 통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게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 △재판부 불법 사찰 △측근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손상 등 8가지 혐의를 들어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직무정지까지 명령한 만큼 윤 총장에게 최고 징계인 해임이 내려지도록 밀어붙일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징계위에서 징계 의결에는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위원 7명 가운데 5명을 추 장관이 임명한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은 전날 밤 직무배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날은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