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강원영동CBS <이슈 앤="" 피플="">(토 13:05~13:30)
■ 채널 : 표준 FM 91.5
■ 진행 : 최진성 아나운서
■ 대담 : 유선희 기자
◇ 최진성> 벌써 올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올해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올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가 움츠러들면서 일자리에 타격을 받은 이들, 얼어붙은 취업난에 더 힘겨웠던 취준생들, 감염 확산 우려로 대면 돌봄을 온전히 받지 못한 아동·청소년 등 사회 곳곳에서 고통이 이어졌는데요.
강원영동CBS는 몸이 불편한 데다 면역력도 취약해 하루하루가 유난히 더 가혹했던 노인들의 삶을 조명해 보는 연속기획(12월 22일~24일)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이슈앤피플 시간에는 해당 취재를 진행한 취재기자 직접 만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유선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유선희> 네, 안녕하세요.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지난 10일 오후 노인 2명이 아파트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어르신들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 유선희> 먼저 어르신들의 이야기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티비만 보다가 점심에 밥 한 숟가락 뜨고 나왔어. 너무 답답하니까.. 여기 벤치에 그냥 앉아 있기라도 해야 우울증에 안 걸리지. 이렇게라도 안 나오면 숨 막혀 죽어.. 진짜 우울증이 올 정도예요. 육신이 힘든 건 오히려 괜찮은데,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우울해요. 죽지 못해 사는 거야 그냥.."]독거노인이 많이 사는 강원 강릉시 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는데요. '코로나에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취재진 질문에 어르신들은 기다렸다는 듯 하소연을 쏟아냈습니다. 코로나19 시국에 힘들지 않은 분들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6.25 전쟁 등 어려운 시절을 다 지내온 노인들은 괜스레 자신들의 삶을 비관하게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이 닫힌 강릉시의 한 경로당.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어르신들 목소리에서 우울함의 정도가 느껴지는데요.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 시설이 잠정 폐쇄됐잖아요. 어르신들이 유일하게 모이는 시설인데,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의 우울함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 유선희> 맞습니다. 코로나19는 노인들의 '고립'을 키웠습니다. 외출 자제 분위기 속에서 이동이 최소화됐고, 경로당과 복지관 등 시설은 잠정 폐쇄된 까닭입니다. 가족과 연락이 끊겨 혼자 지내는 노인들은 경로당에 나가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일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여겼는데요. 그 때문인지 독거노인들에게 경로당 운영 중단은 "곧 지옥"이었다고 합니다.
◇ 최진성> 실제 코로나로 고령자들의 우울함은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요?
◆ 유선희> 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와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제주 고령자 1000명, 예비고령자 300명 등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2달 동안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80세 이상 어르신들이 느끼는 우울함은 23.4%로 가장 높았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왕래감소, 대중시설 이동제한 등 기초적인 일상생활 유지의 '균열'이 우울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연구를 진행한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공선희 전문연구위원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절반 정도, 그리고 이 중에서도 3분의 2 정도가 코로나로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며 "우울함을 느껴도 이를 표출하지 않은 어르신들까지 생각해보면 이번 노인실태 조사 결과는 '심각'한 수준으로, 특히 일조량이 떨어지는 1~2월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역학연구를 위한 우울척도-단축형(CESD-10-D)을 활용해 파악한 것으로, 총 10개 문항에서 3점부터 우울과 관련한 증상들이 유의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자료 출처=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 최진성> 네.. 노인들의 우울함에 더해 이번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우리 사회가 또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노인 요양시설의 '취약성'인데요. 우리 사회에서 요양원, 노인 장기요양시설 등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정작 감염관리가 미흡한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 기자, 먼저 강원도에서 발생한 확진소식부터 전해주세요.
◆ 유선희> 강원도에서는 속초와 홍천, 그리고 최근 철원에서 요양시설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한 달 넘게 확산세가 지속했던 속초지역에서는 지난달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2일 이후 코호트 격리된 입원 병동 내에서 환자들의 감염이 속출했는데요. 취재진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입원환자들의 연령대를 분석해 본 결과 8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입원환자 22명 중 60대 이상은 18명으로, 81.8%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령 중증환자들은 속수무책이었던 셈인데요.. 확진자 중 입원 치료를 받던 4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모두 고령층으로 80대 2명, 60대~70대 각 1명 등입니다.
속초지역에서 발생한 요양병원발 입원환자들의 코로나19 확진 현황으로, 확진자 22명 중 81.8%에 해당하는 18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그래픽=유선희 기자)
◇ 최진성> 전국에서도 요양시설발 코로나19 확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번달 들어서도 요양병원, 요양원 등 시설에서 하루에 평균 5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인데요.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주의 시설'로 꼽으며 감염 취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어요.
◆ 유선희> 맞습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다인실 위주로 운영돼 밀집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감염에 취약한 환경인 데다 대부분 면역력도 떨어지는 '고령 중증환자'들이 많아 한번 감염되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 10일 사이 국내 집단감염 확진자들의 주요 감염경로 중 요양병원·시설에서 모두 934명(12.4%)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체 감염경로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인데요. 특히 60세 이상은 요양병원·시설에서 가장 많이 집단감염(657명·28.5%) 됐습니다.
◇ 최진성>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노인 돌봄을 위한 시설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번 기회에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시설들의 감염관리가 꼭 필요해보여요.
속초지역의 한 요양병원 입구에서 한 어르신이 출입 전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유선희> 그렇죠.. 요양원과 노인 장기요양시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서 확인한 것은 '감염 취약시설'이라는 뼈아픈 오명입니다.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간호학과 이미향 교수는 "앞으로 노인환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고령 계층에 대한 감염관리가 중요하다"며 "특히 요양원은 감염 전담 인력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인 만큼 재정·법적 지원과 함께 감염 관리를 위한 인력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최진성> 네.. 코로나19와 노인 기획, 세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 혼란이 왔지만, 한편으로는 비대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들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아 온라인에서마저 배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 기자 전해주세요.
두 중년 남성이 강릉시 구정면의 한 무인 카페에서 기계를 작동해 직접 커피를 뽑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유선희> 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강릉에서도 요즘 카페나 음식점을 가보면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 매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종업원이 아예 상주하지 않는 무인 카페도 있고, 무인시스템으로 주문을 받는 식당도 있습니다.
비대면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한 기술발전은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령자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노인들의 경험담, 생각을 제가 직접 들어봤는데요.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다 결국 실패해서 그냥 안 먹고 말지 하면서 나와 버렸어", "스마트폰이 있지만 전화만 받지 다른 건 해본 적이 없지", "노인들이 젊은 세대도 아니고 뭐 아는가, 의미없어.."]
가뜩이나 코로나로 이동조차 어려워 경로당에도 나가지 못하는데 기기 사용도 미숙한 탓에 노인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실제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김영선 교수가 2017년 노인실태조사를 기반으로 '고령층 기술활용능력'을 분석한 결과 만 80세 이상에서 활용능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 출처=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 최진성> 아무래도 사용의 어려움 때문에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거겠죠?
◆ 유선희>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에서 최근 1년간 비대면 거래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디지털기기 사용의 두려움', '낮은 이용동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만 65~69세와 만 70세 이상 고령자들은 '방법이 어려울 것 같아'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키오스크의 경우 고령소비자 100명 중 절반 정도가 '직원을 통해 사는 것이 더 편해서' 이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 최진성> 앞서 요양병원·요양원 등 시설의 감염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는데요. 정비해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 발전에 맞춰 디지털정보화 시대에도 대비해야 하지 않은가 싶은데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김영선 교수는 "중요한 것은 디지털 이용동기로, 어르신들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잘 쓰려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들에게 건강, 식품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방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 최진성>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가 디지털대전환이라는 시대를 맞는, 그런 상황입니다.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디지털 격차'는 누구든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젊은층도 세월이 흐르면 노년층이 될 테니까요.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고립감, 우울함도 치유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유선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 유선희> 네, 감사합니다.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