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이한형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신년사에서 "검찰개혁은 형사법령 개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과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은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한 검찰'이란 수사 착수·소추·형 집행 등 전 과정에서 편파적이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으며 범죄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부여된 우월적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민의 검찰'에 대해선 검찰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 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인권 검찰'의 토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총장은 "국가와 사회의 집단적 이익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핵심 가치"라며 "중요 공익인 형사법 집행도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신년사는 표면적으론 검찰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당부 형태였지만, 올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에서 윤 총장 사퇴를 거론하며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것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추 장관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직무배제와 징계를 당한 윤 총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집행정지를 받아낸 사건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 중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검사의 독직폭행 논란과 함께 휴대전화 포렌식을 위해 비밀번호 제공을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며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한형 기자
윤 총장은 "'공정한 검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며 "형식적 보장이 아니라 (검사가)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도 적극 수집해 제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정당한 법률조언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구속 유지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구속을 취소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무의미한 항소나 상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교정시설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서는 "형사사법시설의 방역체계가 흔들리면 국가 법집행 기능 자체가 마비된다"며 "흉악범죄나 부패범죄의 수사, 소추 등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를 우선 처리하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중요 사건은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반면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이 일시적인 과오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사정을 최대한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용자의 가족·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온라인 화상접견 등으로 최대한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형사법령 개편과 관련해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거나 법원·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관계에서 애로사항이 나올 수 있다"며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