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편집장이 17일 오전 홍콩경찰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SCMP 캡처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편집장 등 고위 관계자 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보안법 담당 경찰 500여 명은 17일 오전 7시쯤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본사 사무실 등을 급습해 편집장 라이언 로와 부편집장,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최고경영자와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한 5명의 자택도 수색했다.
빈과일보와 관련된 3개 회사 자산 1800만 달러(약 26억 원)도 동결됐다.
빈과일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자사를 급습해 건물 밖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내부를 수색하는 모습과 사무실 컴퓨터에서 자료를 내려받는 모습 등을 생중계했다.
스티브 리 홍콩경무처 국가안전처 선임 경정은 빈과일보 사옥 밖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빈과일보는 2019년부터 30여 건의 기사를 통해 외국 정부를 향해 홍콩과 중국 정부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며 "보안법상 외세와의 결탁 혐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빈과일보의 문제의 기사들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홍콩 시민을 향해 경고하는 한편 빈과일보 직원들에게도 조심해야 하며 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언론을 겨냥하는 게 아니며 언론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빈과일보 본사를 급습한 홍콩경찰. SCMP 캡처
지난해 6월 30일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지난해 8월 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4월 라이가 실형을 선고받은 후 1995년 설립된 빈과일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중 매체 대공보 등은 빈과일보의 폐간을 주장하고 있다.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은 이날 증시 개장에 앞서 자사주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