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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처장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역겹다"



사건/사고

    서울대 학생처장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역겹다"

    핵심요약

    '청소노동자 사망' 두고 "악독한 관리자, 사실과 거리 멀어"
    문제 되자 페북글 삭제···"갑질이란 것조차 인식 못해" 비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 제공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 제공

    서울대학교가 최근 학내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대학 측 관계자가 "관련 언론보도는 사실과 멀다"고 반박했다.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표현이 쓰인 이 글이 문제가 되자 해당 관계자는 말없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처장인 구민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의 기사를 인용하며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59세의 젊은 나이셨는데 안타깝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구 교수는 "지금 너무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에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역겹다.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노조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구 교수는 "고인은 16여명의 서울대 관악사 소속 청소노동자 분들 중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들 중 한 분이셨다고 한다"며 "생전 문제의 그 업무필기 시험에서도 1등을 하셨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지난 7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이씨의 죽음이 '산재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평소 지병이 없었던 이씨가 최근 과중한 업무량으로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밝혔다. 이씨가 담당했던 여학생 기숙사 925동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낡아 업무강도가 높았고, 이씨가 1~4층 전 층을 돌며 혼자 청소를 다 해야 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 제공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 제공
    이들은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을 모아놓고 기숙사 준공연도를 묻거나 '관악 학생 생활관'을 영문으로 쓰게 하는 등 시험을 치게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시험점수가 공개되기도 해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이로 인한 자괴감과 모욕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직무교육 과정에서 2차례 이뤄졌는데 일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더 이상 시행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갑질 코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험 결과는 인사 고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채점 후 개개인에게 배부됐을 뿐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팀장이 "남성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하라는 '드레스 코드'까지 지시했다는 논란을 두고는 "3시 반에 시작하는 업무 회의 후 이 분들이 바로 퇴근하라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오시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퇴근 복장으로 참석한 청소원에 대한 칭찬은 있었지만 복장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 대한 모욕주기는 없었다"고 했다.
     
    다소 감정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구 교수는 "다들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족들의 뜻과 달리 노조가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키웠다고도 주장했다. 구 교수는 "처음 유족 분들의 뜻은 이 일이 엉뚱하게 커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여러 관계자 분들과 같이 조문을 가 진심으로 조의를 표했고 유족 분들도 저희 뜻을 받아주셨다고 믿는다. 유족 모두 순수하고 겸손한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데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억지로라도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학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에 좌표가 찍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노조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캡처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캡처 
    현재 구 교수의 글은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 코스프레 운운하며 고인 목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듯한 모습 잘 봤다", "자신이 한 행동이 갑질이라는 것조차 인식을 못하는 일상갑질러" 등 비판성 댓글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측에 진상규명과 사과 등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만들기 공동행동 등은 이날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당국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학교 관계자는 갑질 행위를 두둔했으며 서울대학교 당국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도, 책임 인정도, 실질적인 대책 제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소노동자 사망에 대한 학교 측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노사가 산업재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 △직장 갑질을 자행한 팀장 등 관리자들을 징계할 것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할 것 등을 촉구하며 연 서명에 나섰다. 해당 서명운동에는 서울대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단체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
     
    이들은 연 서명을 마치는 대로 결과물을 서울대 총장과 서울대 인권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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