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8시 20분에 첫 방송하는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엠넷 제공엠넷 신작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999')은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 실형이 최종 확정되고, '아이돌학교' 제작진도 1심 실형을 받은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온 한·중·일 소녀들이 K팝으로 연결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K팝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리며, 총 9명이 최종 데뷔하게 된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학교'뿐 아니라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데뷔한 그룹마저 '조작'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 여기에 '걸스플래닛' 참가자 일부가 항미원조(6·25 전쟁 시 미국을 반대하고 북한을 지원하던 중국의 외교 정책) 지지 글을 올려 방송 전부터 눈총을 받았다.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의도적이거나 차별적인 편집 방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걸스플래닛' 측은 각종 논란과 우려를 인지한 듯 △투표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 △편집 방향 △정치적 글 올린 참가자들에 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5일 오전 11시, 엠넷 '걸스플래닛999'의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방송인 박슬기가 MC를 본 이날 행사에는 윤신혜 CP, 김신영 PD, 여진구, 선미, 티파니 영, 백구영, 장주희, 임한별, 조아영이 참석했다. 여진구는 참가자와 시청자를 잇는 플래닛 마스터, 선미와 티파니 영은 K팝 마스터, 백구영과 장주희는 댄스 마스터, 임한별과 조아영은 보컬 마스터로 프로그램에 함께한다.
윤신혜 CP는 한·중·일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기회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데뷔가 미뤄지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 데뷔한 친구들도 설 수 있는 무대가 현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의 재능과 열정이 많아 보여서 (그들이)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다는 윤 CP는 "정답은 K팝에서 발견했다. K팝 팬을 넘어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은 분들이 전 세계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지리적으로 제일 가깝지만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문화권 친구들이 모여서 포커싱이 된다면 조금 더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중국과 일본이 한류가 시작돼 가장 오래된 곳이기도 하다. 다른 게 아니라 'K팝' 하나로 열심히 소통하고 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5일 오전 11시,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윤신혜 CP, 김신영 PD. 엠넷 제공 '소녀대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묻자 김신영 PD는 "본 제목보다 더 많이 고심했다. '전쟁 전'(戰)자가 아니라 '이야기 전'(傳)이다. 널리 전파한다는 뜻을 가졌다. 소녀들의 위대한 이야기인데, 한·중·일 참가자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위대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 제목을 지었다. 소녀라고 하면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이미지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취적이고 강인한 소녀상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특히 말이 나오는 '악마의 편집' 등 불공정한 편집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김 PD는 "굉장히 고민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방송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어쩔 수 없이 분량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참가자에게 분량을 더 할애하고 덜 할애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 메인 스토리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편집 방향을 정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본방송 외적으로도 가능한 한 여러 참가자의 모습을 골고루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99인 시그널 송 무대와 33인(씩 찍은) 무대도 공개했다. 조금이나마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 개별 PR 영상, 직캠 등 디지털 영상도 최대한 많이 제작 중이고, 99명 소녀들의 개별적인 매력을 충분히 만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프로듀스' 조작 사태 공판 2심 당시 제작진이 각 시즌 투표 결과를 조작해 총 12명의 피해자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에 나온 '아이돌학교' 조작 사태 공판에서도 조작 피해자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엠넷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조작'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투표 방식은 어떨까. 윤 CP는 "데뷔 최종 멤버에는 K(한국)·C(중국)·J(일본) 그룹에 따른 쿼터(할당)제는 없다. 투표 방법은 미션 과정에 따라 계속 바뀌니 방송을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100% 글로벌 투표로 데뷔 멤버가 정해진다. 한국 50%, 그 외 글로벌 투표 50%"라고 답했다.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에서 각각 K팝 마스터를 맡은 티파니 영(맨 왼쪽)과 선미(맨 오른쪽). 여진구(가운데)는 글로벌 팬들과 참가자를 연결하는 플래닛마스터를 맡는다. 엠넷 제공이어 "모든 투표는 저희 엠넷과 별도로 외부 플랫폼인 유니버스에서 진행되고, 진행 후 점수화된 최종 데이터만 제작진에게 전달되며, (결과가) 그대로 정확하게 방송되는지는 작년부터 시행 중인 외부 참관인 제도를 통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 번호 인증제를 통해 어뷰징(왜곡)을 방지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투표를 위해 최선 다하고 있다는 거 꼭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일부 중국 참가자들이 '항미원조' 찬양 글을 올려 방송 전부터 논란이 된 부분도 해명했다. 항미원조란 중국이 6·25 참전 시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의미로,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6·25 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고 공개 발언한 것이 화제를 모았다. 중국이 애국심을 고취하고 내부 단결을 꾀하기 위해 역사를 입맛대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에 관해 윤 CP는 "('걸스플래닛999는) 탈정치적인 글로벌 문화 이벤트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정치, 종교, 인종차별적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저희도 문화나 K팝으로만 교류하고 있다. 최종 참가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외교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것을 약속하고 참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아이돌학교' 조작 의혹 제기 후 비인격적인 대우에 대한 폭로가 나왔고, 지난해 방송한 '아이랜드'에서도 참가자와 스태프 낙상사고가 일어나는 등 열악한 촬영 환경이 계속 문제가 됐다. 이에 '걸스플래닛999' 측은 참가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매우 신경 쓴다고 알렸다.
김 PD는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며 "좀 더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가능하면 최소한의 인원이 머물 방이 많은 숙소로 정했다. 두 번째는 식단이다. 경연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서 전문 영양사를 두어 배식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참가자 신변 보호와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 보안 요원과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통역사들이 24시간 숙소에 상주 중이며,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섭외해 정기적 상담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엠넷의 새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은 오늘(6일) 저녁 8시 20분에 첫 회를 방송한다.
왼쪽부터 윤신혜 CP, 임한별, 조아영, 티파니 영, 여진구, 선미, 장주희, 백구영, 김신영 PD. 엠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