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후보 간담회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국민의힘에서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앞서 준비된 '공정선거 서약식'에는 주요 후보들이 대거 불참했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가 철회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정선거 서약식'을 개최했지만, 예비후보 12명 중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4명이 불참해 반쪽짜리 서약식이 됐다. 이들은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려는 데 반대하며, 행사를 보이콧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서약식에서 "우리 경선의 서막을 알리고 공정선거를 서약하는 자리에 빠진 자리들이 있는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도 "가장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것은 몇 분이 참석하지 못했는데, 선관위가 사심없이 정한 룰에는 협력해야지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서약식 직전에는 정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혀져 당 안팎이 들썩였다. 일부 후보들은 정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며, 경선판을 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실제로 정 위원장의 고민이 깊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강하게 만류하며 사의 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고심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이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을 승리로 이끄셨던 공천관리위원장이자 전임 정부에서 존경받는 총리를 역임하신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지도부의 무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계신다"거나 "최근 당내 혼란에 정 위원장이 많은 고생을 하고 계셔 더 큰 성원과 지지, 신뢰를 보낸다"고 말하는 등 힘을 실어줬다.
서약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 위원장도 작심한 듯 "정말로 어디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각자의 의사를 개진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내려한다"며 "이러한 충정을 이해해주시고, 일방적으로 누구를 유리하게 하려 한다는 선입견 전혀 갖지말고, 저희를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의 역선택 방지조항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역선택 우려는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역선택 방지를 아예 두지 않는 안과 방지를 둔 조사와 두지 않은 조사를 합산하는 방안을 놓고 (선관위에서) 결론 낼 것"이라며 논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회의에 참석한 후보자들도 한 목소리로 "선관위 활동에 힘을 실어주자"고 입을 모았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다 전날 철회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전제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전체 후보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같은 곳을 향해 가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주자 중 유일하게 역선택 방지조항에 찬성 입장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우리 당이 정권교체 의지가 있는 지를 국민들께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발언만 했다.
다만,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해 온 주자들은 해당 조항이 도입될 경우, 앞으로의 경선일정도 보이콧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 한사람만 남았다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 하는 것은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룰 개정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대세를 거스르는 어떤 변형된 결정도 수용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쪽자리 서약식을 통해 당내 갈등의 골이 더욱 선명하게 확인된 것이다.
서약식 이후 곧바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간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와 관련해 표결에 나서는 등 최종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