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있는 집단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정위 제공사익 편취 규제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모두 증가하고 있고, 특히 총수 있는 회사의 경우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벌 기업이 계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거나 특수 관계인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것이 새롭게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간에 이루어진 '2020년 상품·용역 거래 현황 등'을 분석·발표했다. 이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2182개)의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자료다.
현황분석자료를 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83.5조원, 비중은 11.4%로 지난해(196.7조 원, 12.2%) 보다 감소했다.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및 금액도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모두 증가했고, 총수일가 또는 총수2세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총수 있는 집단의 비상장사에서 내부거래 비중(20.4%)이 높게 나타나며, 이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회사가 129개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상품·용역의 내부거래 현황뿐 아니라 자금·자산에 대한 내부거래 현황을 새롭게 분석했는데, 금산분리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용역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5월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71개 집단) 소속 계열회사(2182개) 중 내부거래 비중 100%인 회사는 총 48개 기업집단의 138개사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내부거래 비중 100%인 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집단은 롯데(9개), 삼성(7개)·에스케이(7개)·SM(7개)으로 분석됐다.
내부거래 비중 100%인 계열사 중 해당 회사수가 많은 상위 5개 업종(68개사)은 사업 지원 서비스업, 부동산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금융업, 출판업 등이다.
자금차입 현황을 보면 연속 지정 기업집단 63개 가운데 49개 기업집단의 소속회사가 국내 계열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14.6조 원이며, 이 가운데 비금융회사가 계열회사인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3.7조 원(25.3%)으로 나타났다.
비금융회사가 계열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큰 집단은 농협(3.39조 원), 롯데(0.12조 원), 네이버(0.08조 원), 미래에셋(0.05조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23개 기업집단에서 특수관계인(계열회사 제외)에게 대여한 자금은 0.29조 원이며, 이 가운데 총수 없는 집단 중 농협을 제외하면 총수 있는 집단(0.23조 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수관계인에게 대여한 금액이 큰 집단은 효성(0.10조 원), 농협(0.06조 원), 셀트리온(0.04조 원), 부영(0.04조 원) 등의 순이다.
이가운데 효성 계열사가 조현상 부회장에게 지난해 4월 373억원을 빌려준 뒤 올해 3월 회수한 건이 공시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회사는 특수 관계인과 자금을 거래할 경우 이 사실을 분기별로 공시해야 한다. 이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28개 기업집단에서 특수관계인(계열회사 제외)에게 매도한 유가증권은 5.74조 원이며, 총수 없는 집단 중 농협을 제외하면 총수 있는 집단(0.69조 원)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매도 유가증권 금액이 큰 기업은 농협(5.05조 원), 현대자동차(0.22조 원), 삼성(0.18조원), 영풍(0.08조 원) 등의 순이다.
공정위는 자금·자산 내부거래를 통한 금산분리 원칙을 저해할 우려와 특수관계인의 부당한 이익 편취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관련 분석 정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