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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철조망 경보 울렸지만 오판하고 보고도 누락…또 총체적 경계 부실



국방/외교

    [영상]철조망 경보 울렸지만 오판하고 보고도 누락…또 총체적 경계 부실

    합동참모본부, 고성 월북 사건 전말 브리핑

    3개 카메라에 월책 순간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몰랐다
    메인 서버와 영상 저장 서버 4분 차이…엉뚱한 시간 영상 불러와
    지휘통제실장, 자체적으로 상황 종료시키고 대대장에게 보고 안해
    철책 경보 사실 몰랐던 대대장, 귀순자로 최초 판단 후 DMZ 작전 진행
    뒤늦게 판단 수정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밤 10시 49분쯤 MDL 넘었다
    월북자 생사는 아직도 몰라…"북측 인원 4명과는 접촉 안한 듯"
    합참 "국민 여러분께 송구…임무수행 실태 현장점검"

    동부전선 강원도 최전방 철책. 연합뉴스동부전선 강원도 최전방 철책. 연합뉴스새해 첫날 강원도 고성 육군 22보병사단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탈북민 월북 사건 이면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 관리 부실과 보고 누락 등 총체적 경계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됐는지 설명했다.

    화면 놓치고 엉뚱한 시간 영상 불러오면서 초기대응 실패…지휘통제실장은 보고 누락

    이에 따르면 월북한 탈북민 A씨는 1월 1일 오후 12시 51분쯤 강원도 고성의 한 민간인 출입통제 초소를 관리하는 중대 상황실에서 처음으로 CCTV에 포착됐다. 부대는 민통선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을 했고 그는 남쪽에 있는 민간인 마을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소를 우회해 일반전초(GOP) 방향으로 갔다고 추정된다. 그가 다시금 군에 포착된 시점은 오후 6시 36분, GOP 철책을 넘으면서였다.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광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휘어지거나(절곡) 끊어지면 경보를 울리게 돼 있고, 실제로 경보가 울려 6명으로 구성된 초동조치부대가 출동했지만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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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제로는 GOP 이중 철책 너머 비무장지대(DMZ) 안에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카메라 3대도 동시에 A씨 모습을 포착했다.

    첫 번째 카메라는 건물에 가려져 흐릿하게 A씨의 모습을 포착했고, 두 번째 카메라는 A씨가 철조망을 잡고 올라가는 모습을 찍었으며 세 번째 카메라에는 그가 철조망을 다시 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 1번 카메라는 다시금 북쪽 철조망을 A씨가 넘어간 뒤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포착했다.

    이 3개 가운데 2개 카메라에서 팝업창이 떴지만 감시병은 이를 알지 못했다. 지휘통제실에서도 상황평가를 하면서 서버에 저장된 영상들을 다시 돌려봤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평가를 할 때는 서버 시간 기준으로 상황이 발생한 바로 그 시간에 촬영된 영상과 함께 그 이전 30분까지 영상들도 확인한다. 하지만 메인 서버와 영상이 저장돼 있는 서버 시간이 4분 정도 차이가 났다. 때문에 6시 6분에서 36분까지 촬영된 영상을 불러오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6시 2분부터 32분까지 촬영된 영상을 불러오는 결과가 발생했다. 당연히 해당 영상엔 A씨가 촬영되지 않았다.

    원래 하루 2번 동기화를 통해 이 시각을 딱 맞게 세팅해야 하지만, 부대는 동기화를 하면서 실제로는 카메라를 통제하는 메인 서버와 저장 서버의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메인 서버만 동기화시키면 작업이 끝난다고 착각했다.

    광망이 절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휘통제실은 종합적인 상황을 반영해 현 상황이 어떤지 평가한 뒤 이를 대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휘통제실장이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시켰고 대대장과 상급부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대대장은 월책 모르고 DMZ에 병력 투입…따라잡기엔 너무 늦었다

    한편 이렇게 철책을 넘은 A씨가 열상감시장비(TOD)에 다시 포착된 시간은 오후 9시 17분, 군사분계선(MDL) 남쪽 1.2km 지점에서였다. 앞서 6시 36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를 받지 못한 대대장은 DMZ에서 누군가 TOD에 포착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병력을 투입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골짜기와 계곡이 겹쳐 있다는 지형과 이동 방향을 분석했을 때 최초 판단은 북쪽에서 온 귀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었다. 하지만 사단과 군단에서 상황평가를 진행하면서 좀더 자세히 분석하면서 월북일 가능성도 있다는 쪽으로 방향이 변경됐다. 물론 때는 이미 늦어 병력들도 A씨를 따라잡지 못했다.

    A씨는 오후 10시 49분쯤 MDL 북쪽 72m 지점에서 식별됐으며 그 직전에 별다른 철조망 등이 없이 말뚝만으로 표시돼 있는 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추정된다.


    그의 행적은 다음 날인 2일 오전 0시 48분 MDL 북쪽에서 끊겼으며 이 때 동북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도 생사 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0시 43분쯤 MDL 북쪽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인원 4명이 식별되긴 했는데, 이들은 약 26초 동안 포착된 뒤 서북쪽으로 이동했다.

    합참은 A씨가 이들이 지나간 지 약 4분 뒤 동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행적이 끊겼다는 이유로 직접적으로 이들과 접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나간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합참 "국민 여러분께 송구…임무수행 실태 현장점검"

    이미 월북한 A씨가 오후 6시 36분에 철책에 경보를 울리게 만든 바로 그 인물이라는 사실은 밤 11시 53분쯤 DMZ 쪽에서 발자국이 발견되고, 다음 날 오전 1시쯤 CCTV 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아침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월북 관련 상황을 공지했고, 합참 조영수 전비태세검열실장(해병소장) 등 17명을 현장에 파견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에 나섰다.

    합참 전동진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오는 6일 원인철 의장 주관으로 긴급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군단장 책임 하에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특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2월부터 합참 차원에서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실태를 현장점검하겠다며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작전부대 장병들이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수행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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