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당사자들이 10일 처음으로 모두 법정에 섰다. 이들 대부분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에게 막대한 이익이 쏠린 것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첫 공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 변호인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배임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이어 배임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되고 있는 '7개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성남시의 지시·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 초기 민간업자들의 초과이익이 특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민간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계획을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검찰은 이처럼 민간업자들에게 대규모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구도를 짠 배경에 김씨를 비롯한 대장동 사업자들과 유 전 본부장의 결탁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은 김씨 등이 거둔 천문학적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첫 정식 공판이 시작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영학 회계사(왼쪽)와 정민용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한 뒤 각각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으로부터 3억 5200만 원어치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거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성남시 이익을 우선했기 때문에 배임 의도가 없었고 다른 피고인과 공모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 등으로부터 700억 상당의 개발이익을 약속받았다는 녹취 내용에 대해서는 "유리한 비용 계산을 위한 상호 간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늦게 재판에 넘겨진 정민용 변호사 측 역시 "대장동 4인방과 공모 방식이 특정돼 있지 않고 공모지침서 역시 공사의 이익을 위해 작성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은 이 사안이 나올 때까진 제게 대단히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였다"며 "변질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슬프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첫 정식 공판이 시작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다만 검찰에 대장동 관계자들의 녹취록을 제공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했던 정영학 회계사는 "물의를 일으켜 너무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맡았던 한모 공사 개발사업 2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