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연료로) 쓸 수는 있습니다만…."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합성연료(e-Fuel)의 개발·적용을 위해 지난 1년간 정부와 학계,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최종 연구보고서를 냈다. 현재 기술로도 e-Fuel을 당장 연료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석유를 대체할 경제성을 확보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과 발족한 'e-Fuel 연구회'의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e-Fuel 제조공정의 원천기술은 다수 확보돼 있으나 상용화를 위한 실증 연구, 경제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e-Fuel은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그린수소(H₂)와 이산화탄소(CO₂)로 제조한 합성연료를 말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내연기관의 전동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전동화가 어려운 군용차나 대형 상용차, 항공·선박 등에 석유 대신 쓸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합성연료(e-Fuel) 연구회' 보고서 e-Fuel은 수소와 CO₂를 확보해 합성하고 정제·증류하는 과정을 거쳐 각 내연기관에 맞는 형태로 생산하는 단계를 거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료를 합성하고 이를 필요한 품질에 맞게 변형해 적용하는 기술은 지금도 확보하고 있다"며 "다만 적용했을 때 비용이 (석유와 비교해) 매우 많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 예측하는 e-Fuel 가격은 석유 가격의 최소 5배다.
비용 절감의 핵심은 수소와 CO₂ 확보 단계로 꼽힌다. 수소 값이 가장 비싸지만 이미 비용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절감 가능성이 열려 있는 CO₂ 포집 단계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회의 지난 1년 활동에서 가장 주목받은 CO₂ 포집 방법은 대기 중 포집(DAC·Direct Air Capture)이다. 기존에도 공장 굴뚝 등에서 CO₂를 포집하는 기술이 있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라는 의미에 부합하려면 대기 중의 CO₂를 최대한 쓸 수 있는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재우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석유 대체재를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대기 중의 CO₂를 없애는 식의 새로운 방법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대기 중 CO₂ 포집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해당 시스템을 가동 중인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현재 대기 중 포집 비용이 tCO₂(이산화탄소 환산톤)당 440달러이며, 10년 내에 같은 단위당 90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40년까지 tCO₂당 100달러로 포집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비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CO₂ 분리·회수에 투입되는 전기·열에너지 비용이다. 화학흡수액과 흡착제 등 소재개발을 통해 CO₂ 분리와 회수의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CO₂ 포집 비용이 안정화 될 것을 전제로 각국이 예상하는 e-Fuel의 향후 가격은 리터당 1.8달러(일본), 0.8~5.6달러(독일), 08.~1.9달러(국제에너지기구·IEA) 수준이다.
손익계산이 끝난 몇몇 회사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대기 중 포집을 활용한 e-Fuel 생산 공정에 착수한 포르쉐-지멘스사는 당장 올해부터 시험생산에 돌입하고 2026년부턴 상용화 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대기 중 CO₂ 감축 기술 연구 기업과 조직에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외의 속도전과 달리 국내에선 'e-Fuel 상용화는 이론상 가능할 뿐 실제로는 내연기관차 산업을 연장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신중한 분위기다. 연구회는 "급격한 전동화 정책과 환경규제 등으로 e-Fuel 수요 불확실성이 있다"며 "탄소중립연료를 활용하는 내연기관도 탄소중립으로 인정하는 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