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의원. 황진환 기자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63) 전 의원을 재소환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2개월 가까이 보강 수사를 다져온 만큼 곽 전 의원의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4일 곽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27일 첫 소환 조사 이후 58일 만이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그 대가로 아들 병채씨(32)를 화천대유에 취업시키고, 이후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세금 등 제외 약 25억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수사팀은 지난 2015년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경쟁업체의 견제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58·구속기소)의 부탁을 받아 김정태(70)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곽상도 전 의원, 김만배씨,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황진환·이한형 기자곽 전 의원과 김만배씨, 김 회장은 모두 성균관대 동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30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곽 전 의원을 처음 소환 조사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1월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도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팀은 참고인 조사 등 보강 수사를 이어왔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50·구속기소) 변호사로부터 5천만 원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곽 전 의원이 돈을 수수한 시기가 총선 직후인 점 등에 비춰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남 변호사는 해당 5천만 원을 두고 "과거 검찰 수사 당시 변론을 도와준 대가"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지난 2015년 남 변호사를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다.
이날 곽 전 의원의 추가 소환 조사도 이같은 5천만 원의 성격을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곽 전 의원 추가 조사내용 등을 바탕으로 조만간 구속영장 재청구 등 신병처리나 최종 처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전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의 영장 청구 당시 입장문을 내고 "화천대유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 사업에도 관여된 바 없다고 누차 설명드렸다"고 반발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또 '50억 클럽' 의혹에는 "50억 클럽이라고 하는 게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50억 클럽이 오랫동안 얘기가 됐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저밖에 없다. 나머지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검찰이 면죄부를 주고 있지 않냐"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는 지난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1호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지난해 3월 퇴사하면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CBS 보도로 처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보도 이후 곽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데 이어 의원직도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