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검찰청 정한성 부장검사.◇ 권민철> 검사 경력은 얼마나 되셨나요?
◆ 정한성> 10년째 돼 갑니다.
◇ 권민철> 계속 조지아 주에서만 근무하셨습니까?
◆ 정한성> 네.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풀턴 검찰청에 4년 좀 넘게 있었고, 이곳 귀넷 카운티에서 이제 5년 넘게 있네요.
◇ 권민철> 지금 귀넷 검찰청에서는 어떤 부서에 계세요?
◆ 정한성> 부서라기보다는 제가 대다수의 모든 사건을 봅니다. 현재 부장으로 근무중이기 때문에요. 그니까 제 부로 강력 사건부터 조그마한 절도사건까지 오는데, 작은 사건은 제가 직접 보진 않고 다만 강력 사건 같은 경우는 제가 직접 하고요.
◇ 권민철> 한국 검찰청과는 조금 다른가 봐요. 한국에는 형사1부, 형사2부, 강력부, 공안부 등 여러 부서가 있는데요.
◆ 정한성> 저희 지방 검찰은 검찰청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전에 있던 풀턴 검찰청은 그런 식으로 나눠져 있었어요. 여기 검찰청은 그렇게 돼 있지 않아요.
◇ 권민철> 부장 검사님이시고 10년 정도 검사생활 하셨으면 수사를 직접 하신 적도 있으세요?
◆ 정한성> 많이 하죠.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시작부터 저희가 (수사에) 참여하진 않아요. 대다수는요. 일단은 경찰이 시작을 하고 중대 사건이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요. 자주요. 그런데 그 후로 예를 들어 살인 사건 같은 경우는 저희한테 사건이 생기자 마자 호출을 하는 게 대부분이예요. 여기 귀넷도 그렇고 풀턴도 그렇고. 반면에 예를 들어 빈집털이나 편의점에 가서 고등학생이 초콜릿을 훔친 거 뭐 이런 거에 저희를 관련시킬 이유는 없죠. 근데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한테 수사를 처음부터 해 봤냐고 물으시면 처음부터 해 본 적은 없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투입이 된 적이야 많고요.
◇ 권민철> 그러면 중대 사건으로 국한을 시켜보죠. 만약 연쇄 살인 사건 같은 강력 사건이 났어요. 그러면 어느 단계부터 검사님이 수사에 직접 참여한다고 보면 될까요?
◆ 정한성> 중대 사건 같은 경우면 당일 날에 저희 사무실로 전화가 와요. 그러면은 당번 검사라고 해야 되나 랭크(지위)가 좀 있는 사람이 나가요. 현장에 나가서 어시스트(지원)를 하는 거죠. 그 다음에 경찰이 수사를 하고 케이스(사건)를 만든 다음에 저희에게 기소해 달라고 요청을 하죠. 수사를 경찰이 하고 기소는 저희가 하는 거죠. 하지만 저희가 직접 수사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시작부터 수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살인 사건처럼 경찰이 벌써 현장에 나와 있는 케이스에 저희가 수사 리드(주도)를 할 필요는 없죠. 수사를 원하면 저희가 할 수도 있는 거고 경찰 없이. 아니면 경찰과 함께. 그게 한국하고 좀 다른 점이에요.
◇ 권민철> 한국은 검사실에 수사관 대여섯 명을 상시적으로 두고 수사를 하는데, 거기는 어떤가요?
◆ 정한성> 저희도 마찬가지로 저희 수사관들이 있어요.
◇권민철> 몇 명이나 있어요?
◆ 정한성> 저희 사무실에 통틀어 몇 명이냐면…
◇ 권민철> 자, 검사님 지금 말씀하신 '사무실'이라고 하는 거는 정 검사님 방을 말씀 하신 건가요 아니면 귀넷 검찰청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정한성> 검찰청을 말하는 거죠. 왜냐면 저와 함께 사건을 맡지 않는 수사관이라도 제가 도와달라고 여쭤보면 와 주시니까요.
◇ 권민철> 이게 한국에서 좀 헷갈려 하는 거 같아요. '오피스'라고 하면 미국에서는 검찰청을 말하는데, 한국말로는 사무실로 번역된다 말이죠. 그래서 검사님 방에 수사관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거 같아요. 한국에서는 가령 '512호 검사실' 이렇게 불리거든요. 검사님 방은 몇 호 인가요?
◆ 정한성> 몇 호인지는 몰라요. (웃음) 몇 호인지 알 수 없는 이유가. 당연히 사무실이에요. 커다란 사무실 안에 작은 사무실들이 있어요. 방송사에도 모두 모이는 커다란 사무실이 있고 그 사무실 안에 다른 작은 사무실, 방들도 있잖아요. 그런 컨셉이죠. 그 사무실, 방들에 호수가 써져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거를 외우고 다니지는 않아요.
◇ 권민철> 제가 말씀 드린 서울 중앙지검 '512호 검사실'이라는 것은 별도의 방이에요. 독립된 공간인데 정 검사님 방도 그런 독립된 공간인가요?
◆ 정한성> 저희는 그냥
커다란 검찰청이라는 사무실이 있고 사무실 안에 작은 사무실이 있는 거죠. 방송국에도 보도국장실이 따로 있을 거잖아요. 큐비크(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공유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오픈된 컨셉이에요. 하지만 제가 문을 잠그고 싶으면 잠글 수 있어요. 그래도 봉쇄돼 있거나 다른 검사가 못 보거나 하지는 않아요.
◇ 권민철> 그러면
수사관들은 정 검사님의 방에 같이 있나요? ◆ 정한성>
다른 방에 따로 있어요. (행정 업무하는) 어시스턴트(보조원)들, 패라리걸(자원인력)들은 큐비크들에 앉아있죠.
◇ 권민철> 검찰청 안에 수사관은 몇 분이 있죠?
◆ 정한성> 서른 명 정도는 될 거예요. 인구가 백만 명인 동네니까.
저희 부에는 두 명이 있고요. ◇ 권민철> 전체 검사는요?
◆ 정한성> 48명 정도 됩니다.
◇ 권민철> 다시 수사 이야기로 가서, 아까 수사를 원하면 검찰청이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하셨죠?
◆ 정한성> 흔하지 않죠.
99.99 퍼센트가 경찰이 먼저 케이스(사건)를 시작을 하죠. ◇ 권민철> (검찰이 먼저 하는)
나머지 0.001 퍼센트의 사건 가운데 정 검사님이 직접 해보신 건 없다고 하신 거죠? ◆ 정한성>
그렇죠. 그렇지만 이런 거는 많아요. 경찰이 범인 A를 잡았어요. 그런데 제가 제 수사관을 써서 범인 A와 플리바긴(유죄 흥정)을 하고 경찰이 안 잡은 범인 B, C를 잡는 거요. 그런 거는 되게 많이 했는데, 시작부터 제가 경찰도움 없이 수사해 본 적은 없어요. 그렇다고 그게 불가능하거나, 우리 사무실(검찰청)에서 그러지 않는 건 아니에요.
◇ 권민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서 보고를 해 오면 그때부터는 검사가 지휘를 하는 건가요?
◆ 정한성> 경찰이 사람을 잡았다고 기소를 요청해오면 A,B,C,D,F를 더해 와야 내가 기소하겠다라고 하는 것을 지휘라고 하면 지휘라고 할 수 있는 거고. 아니면 사람을 잡기 전에 'A,B,C,D,F를 하면 검사님이 기소해 줄 거냐'고 (경찰이) 물어오면 제가 '이렇게 해오면 기소해 드릴게요' 이렇게 말씀 드리죠. 근데 한국과 달리 제가 경찰한테 이렇게 해라고 오더(명령) 할 수는 없어요. 그게 다 큰 차이점이에요.
◇ 권민철>
경찰이 요청해오는 도움이라고 하는 게 법에 대한 해석이라고 보면 되나요? ◆ 정한성>
그렇죠. 저희한테 같이 수사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사람이 죽었고 용의자가 있는데, 이게 1급 살인인지 2급 살인인지, 어떤 상태에서 기소를 해 줄 건지, 증거 A,B,C를 확보하고 싶은데 어떠한 식으로 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지
한마디로 경찰의 변호사 역할을 하는 것이죠. ◇ 권민철> 수사를 하는데 말 그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거네요?
◆ 정한성> 그렇죠. 제가 가서 '빨리 이렇게 해' 이럴 수 없어요.
◇ 권민철> 아까
검찰청 수사관이 30명 정도 된다고 했는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나요? ◆ 정한성> 한국에서는 판사 앞에서
재판을 하잖아요. 여기서는 배심원 앞에서 재판을 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증인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살인사건 목격자 A가 911에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라고 배심원에게 얘기 못해요. A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야 해요. 그러나 증인들의 협력을 받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피고인이 무섭거나, 법정에 서는 게 무섭던가, 심지어는 그냥 귀찮고 일을 해야 하는데 일에 방해될 수도 있다고 할 때가 있어요. 이유들은 다양한데,
저희 수사관들이 직접 찾아 가지고 법정에 데려와서 진술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은 경찰의 역할이 아니에요. 그 일을 저희 수사관들이 해요. 또 재판 준비과정에서 추가 증거가 필요할 때도 검찰 수사관들이 동원돼요. ◇ 권민철> 이 사람들이 검찰청에서 시작하는 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 때문에 있는 거군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정한성> 그렇죠.
제일 중요한 역할은 기소된 사건 재판을 위해 증인들을 원활하게 유지시키기는 것이죠. 왜냐면 사건이 항상 변해요. 여기서는 증언이 수시로 바뀌어요. 한국에서는 증인 찾아 가지고 진술서를 받아서 재판에 제출하면 끝이잖아요. 우리는 진술서가 아니라 증인이 출석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소 후에도 계속 수사를 해야 돼요. 한마디로 증인들과 관련된 일들이 훨씬 복잡해요. 평범한 사람들 (배심원) 12명을 끌어들여 재판을 해야 되니까요. 배심원한테도 재판중에 법을 설명해야 되고. 왜냐면 판사가 유죄 무죄를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유죄 무죄는 배심원을 결정하는 거라.
◇ 권민철> 미국 검찰이 하는 수사는 한국 검찰의 수사와 다른 거 같은데,
미국 검찰의 수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라 할 수 있을까요? ◆ 정한성>
검찰이 하는 '수사'는 재판 준비에요. 경찰이 우리한테 넘긴 사건은 그대로 재판으로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죠. 재판의 준비는 기소 준비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경찰 수사만으론 대부분 재판을 하기엔 부족하죠. 그게 그분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케이스든지 항상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케이스 자체가 변형, 진화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증인이 나타나고,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증거도 나타날 수 있고요.
◇ 권민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기소하기 전까지 검찰 수사관을 동원해 증거 보충하는 것도 검찰 수사인 거죠? ◆ 정한성>
그렇죠. 만약 피고인이 3명의 공범을 알려주겠다고 하면 저희도 그 때부터는 경찰이 하는 똑같은 수사를 하는 거죠. 물론 경찰도 보통 제가 요청해서 수사를 같이 하자고 하거나 제가 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흔쾌히 참여해 같이 하거나 아니면 직접하기도 하고요.
◇ 권민철> 예를 들어 검찰이 특정 기업 비리를 알게 됐다고 해요.
한국 검사는 정보 수집 후에 직접 수사에 들어가서 해당 기업 회장을 기소해요. 정 검사님도 한국 검사처럼 똑같이 할 수 있나요? ◆ 정한성> 네.
할 수는 있죠. 그러나 하지 않죠. ◇ 권민철>
왜 하지 않죠? ◆ 정한성>
제가 직접 수사를 시작하게 되면 저도 결국에 경찰과 한편이라고 변호사가 주장할 수 있어요. 배심원을 최대한 설득시키자면 아무래도 저를 수사와 무관하고 그저 수사의 내용과 결론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절 봐야 제게 더 신빙성이 가겠죠. 대부분 평범한 사람 두 분이 논쟁을 할 때도 "아무나 잡고 물어봐, 이게 맞지" 라고 3자를 찾잖아요. 중립성이 있다고 심어주는 것이죠. ◇ 권민철>
미국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하면 안 된다고도 하던데 맞나요? ◆ 정한성>
어우 절대 안 되죠. ◇ 권민철>
검사의 신문은 증거로 인정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 정한성> 피고인이 변호사를 원하거나 임명한 변호사가 있는데 제가
신문을 변호사 없이 한다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제 신문은 인정됩니다.
이 것은 헌법상 금지돼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략적으로도 저희가 참여 안하는 게 낫죠. 결국엔 아까 말씀드린 중립성 때문입니다. ◇ 권민철>
검찰이 처음부터 직접 수사한 사건은 그런 편견을 더 가지게 한다는 것이죠? ◆ 정한성>
네 맞습니다. 전략적으로 저희가 직접 수사하면 불필요한 약점이 생기죠, 중립성이 좀 떨어지는. 물론 저희가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배심원이 증거를 안 믿는다는 말이 아니라, 제가 수사를 안할 수 있는데 하는 건 불필요하게 중립성에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생각해서죠.
◇ 권민철>
직접 수사의 필요나 이유가 없군요. 그래봤자 재판에서 뭔가 다른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 정한성>
그렇죠. 기자님이 '정 검사 딸 노래 되게 잘 부르네'라고 말하는 것과 제가 '우리 딸 노래 정말 잘 부르네'라고 말하는 것 중에 뭐가 더 믿음직하겠어요. 당연히 기자님이 우리 아이에 대해 그런 말을 해주는 게 믿음직스럽겠죠. 수사도 제가 하는 게 아니라 경찰관들이 하면, 그리고 제가 사건에 투입(개입) 안 하면 더욱더 사건이 믿음이 가는 거죠. 나중에 배심원 앞에서 주장할 때요. ◇ 권민철> 미국 검사가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안한다는 의미가 뭔지 알겠습니다.
◆ 정한성> 그렇죠. 왜냐면, 케이스(사건)의 베스트(최고)를 원한다면 우리가 직접 하면 안 돼요. 필요할 때는 결국엔 하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