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의 핵심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안과 관련해 "매출 감소액이 적은 소상공인이 매출 감소액이 더 큰 영세 소상공인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받는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국회 검토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국회의 추경안 검토 내용에는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부실화 문제 해결을 위한 '채무조정 방안'과 관련해서도 우려되는 대목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담겼다.
"더 큰 타격받은 업체가 보상금 덜 받을 수도"…정부 "예외적 경우"
새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이라는 공약 실현 차원에서 손실보전금 지급을 위한 예산으로만 23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추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2019년 대비 2020년 또는 2021년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소기업과 연매출 10~30억 원 규모의 7400여 중기업을 더한 약 370만 사업자로, 매출 규모와 매출 감소율 수준을 따져 업체별로 최소 60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게 사업 골자다.
구체 내용을 보면, 업종 평균 매출감소율이 40% 이상인 여행업과 예식장업, 항공여객 운송업, 공연전시업 등 약 50개 업종과 방역조치 대상 중기업은 '상향지원업종'으로 분류돼 최소 700만 원에서 1천 만 원이 차등 지급된다. 이 밖에는 기본적으로 600만 원에서 800만 원이 맞춤형으로 지급된다.
손실보전금 지원 개요. 기재부 제공1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추경안 관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는 이 같은 지급방안과 관련해 허점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담겼다.
예컨대 상향지원업종 소상공인 가운데 3억 원이었던 연매출이 1억 2천만 원(매출감소율 40%) 감소하는 경우, 제시된 기준상 800만 원을 받지만, 같은 상향지원업종 소상공인인데 1억 9천만 원이었던 연매출이 1억 5천만 원(매출감소율 79%) 감소하는 경우엔 700만 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이를 두고 "(지원 수준을) 매출규모와 매출 감소율을 기준으로 유형화함에 따라 매출 감소액이 작은 소상공인이 매출 감소액이 더 큰 영세 소상공인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의견을 냈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기준을 세분화했기 때문에 그 기준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는 (국회 우려와 같은) 역전현상이 예외적으로 생길 수는 있다"면서도 "평균적으로 보면 그런 상황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극히 일부분의 사례라는 취지다.
"소상공인 채무조정안 검토 결과 캠코 부실 우려도"
국회 예결위의 같은 검토보고서엔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사항도 담겼다.
이 프로그램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문제의 안정적 해결을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 주체인 '새출발기금(가칭)'을 마련해 최대 30조 원 규모의 잠재 부실채권을 매입, 상환 일정을 조정하고 채무감면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은행권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추경 예산 7천억 원이 올해 투입되며, 2023년 이후 2조 9천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합뉴스예결위는 "이번 추경안에는 (일단) 30조 원 가운데 20%인 6조 원의 채권매입을 기준으로 예산이 산출됐다"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6조 원의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할 경우 캠코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캠코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부채관리계획이 포함된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해야 하고, 이에 따라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단기 200%, 장기 250% 이하의 목표를 설정해 부채비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 프로그램 추진에 따라 올해 대출채권 6조 원을 매입할 경우, 캠코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334.1%로 상승하고, 출자금 예산 7천억 원 전액이 반영되더라도 부채비율이 적정 비율인 200%를 초과한 245.5%여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6조 원 어치 부실 우려 채권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채권 값의 60%(예상채권매입가율)인 3조 6천억 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일단 7천억 원의 예산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캠코에게는 버거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고려 중인 '예상 채권매입가율 60%'와 관련해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지나치게 높게 측정되지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검토 보고서에 담았다. 캠코가 2017년부터 매입해 온 부실채권의 연간 매입가율을 산정해보면 3.45~39.5% 수준인데, 이번엔 부실 우려 채권을 통상적인 경우보다 너무 비싸게 사들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